Remote와 Home의 중심에서 공간 경험의 역할
들어가며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일하는 방식, 배우는 방식, 소비하는 방식,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는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집은 더 이상 단순히 "퇴근 후 쉬는 곳"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무실이고, 교실이며, 체육관이고, 레스토랑이며, 영화관입니다. 집이라는 하나의 공간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Remote, Home, Self 3가지가 조합된 비즈니스는 지속적으로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 확장되고 있으며 심리적, 제도적 장벽이 낮아져 점차 메인스트림 혹은 엔트리 마켓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는 더 이상 특수한 복지가 아니라 당연한 선택지가 되었고, 홈트레이닝은 틈새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원격 의료와 온라인 교육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제공받는 환경이 개인적인 공간(집 등)이라는 점에서 주요 고객의 서비스 사용 공간에 대한 이해와 설계가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훌륭한 서비스라도, 그것을 사용할 물리적 공간이 적절하지 않다면 채택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많은 스타트업과 서비스 기획자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집의 변화: 기능의 확장과 재화의 증가
💡 핵심: 평균 중산층의 집 면적은 과거보다 커졌지만 가족 구성원은 줄었습니다. 이 역설의 이유는 공간이 주는 기능의 확장과 재화의 증가 때문입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님의 글에서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지만, 특히 공간을 주목해야 한다고 합니다. 건축가의 관점에서 본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 변화입니다.
통계를 보면 평균 중산층의 집 면적은 과거보다 1.X배 이상 커졌지만, 가족 구성원 수는 줄었습니다. 1980년대 평균 가구원 수는 4.5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2.3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1인당 주거 면적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사람은 줄었는데 집 면적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공간이 주는 기능의 확장과 재화의 증가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집에 대한 개념 자체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기능의 확장: 휴식에서 생산으로
과거 집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침실에서 자고, 거실에서 TV를 보고, 주방에서 식사하고, 화장실에서 씻는 것. 이것이 집의 전부였습니다. 생산 활동은 모두 집 밖에서 일어났습니다. 회사에서 일하고, 학교에서 배우고,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의 생산의 기능도 함께 해야 하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침실 한쪽 구석에 책상을 놓고 "홈오피스"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침대 옆에서 노트북을 펴고 일하는 것입니다. 거실 식탁이 낮에는 아이의 학습 공간이 되고, 저녁에는 식사 공간이 되며, 밤에는 부부의 업무 공간이 됩니다.
이것은 공간에 엄청난 부담을 줍니다. 한 공간이 여러 기능을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각 기능은 서로 다른 분위기, 다른 도구, 다른 설정을 요구합니다. 집중이 필요한 업무와 휴식이 필요한 저녁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해야 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큰 도전입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코로나 이전 대비 150% 늘어나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집에 부담을 주고, 집이 그만큼 좁게 느껴집니다. 역설적이게도 물리적으로는 더 넓어졌는데, 체감적으로는 더 좁아진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간의 밀도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니, 공간은 더욱 포화 상태가 됩니다.
재화의 증가: 끊임없이 늘어나는 물건들
재화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 휴식을 위한 공간에서 엔터테인먼트(TV, 소파 등)를 위한 물건이 추가됐고, 계속해서 생산(작업실 등)과 삶의 질(공기청정기, 스타일러 등)을 위한 것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의 발전사를 물건의 증가로 볼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집에는 TV, 냉장고, 세탁기가 "3대 가전"으로 불리며 사치품이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컴퓨터, 비디오, 에어컨이 추가되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홈시어터, 식기세척기, 안마의자가 들어왔습니다. 2010년대에는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스타일러가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 코로나 시대에는 무엇이 추가되었을까요? 재택근무를 위한 모니터, 키보드, 헤드셋, 웹캠, 조명. 홈트레이닝을 위한 요가 매트, 덤벨, 런닝머신, 사이클. 집밥을 위한 에어프라이어, 전기밥솥, 믹서기, 커피머신. 취미를 위한 악기, 미술 도구, 게임 콘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한 수납 가구와 수납 용품들.
집은 점점 더 많은 물건들로 채워지고, 이 물건들은 각각 공간을 요구합니다. 사용할 때의 공간뿐만 아니라, 보관할 때의 공간도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집은 물리적으로는 커졌지만,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빈 공간은 오히려 줄어든 것입니다.
서비스 설계의 새로운 과제: 공간 부담의 최소화
💡 핵심: Remote-Home 기반 서비스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공간을 이해하고, 공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서 서비스 집중도와 경험을 높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서비스들은 실제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될 공간을 이해하고, 부담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설계해서 서비스 집중도와 경험을 높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많은 서비스 기획자들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그들은 서비스 자체의 기능, UI/UX, 가격, 마케팅에는 집중하지만, "사용자가 이것을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은 부족합니다. 특히 하드웨어가 포함된 서비스의 경우 이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서비스 설계 시 고려해야 할 공간적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리적 공간 요구사항: 이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최소 얼마만큼의 공간이 필요한가? 예를 들어 홈트레이닝 기구는 사용 시 공간뿐만 아니라 보관 공간도 필요합니다. VR 기기는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필요합니다.
공간의 다목적 사용 고려: 대부분의 사용자는 서비스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들 수 없습니다. 거실, 침실, 서재 같은 기존 공간을 공유해야 합니다. 따라서 빠르게 설치하고 제거할 수 있거나, 다른 용도와 양립 가능해야 합니다.
심리적 공간 침해 최소화: 큰 기구나 눈에 띄는 장비는 공간을 "침해"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특히 미니멀리즘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디자인, 색상, 크기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가족 구성원 간 공간 경쟁: 한 집에 여러 구성원이 각자의 활동을 하는 경우, 공간과 시간을 둘러싼 갈등이 생깁니다. 서비스는 이것을 고려하여 소음, 프라이버시, 사용 시간 등을 설계해야 합니다.
야핏 사이클 사례: 매력적이지만 부담스러운 서비스
💡 핵심: 야핏 사이클은 매력적인 제품이지만, 실제 구매와 사용을 위해서는 "공간 조성"이라는 구매력 이상의 부담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채택의 가장 큰 장벽입니다.
한 가지 일례로 최근 런칭한 야나두 홈트레이닝 서비스인 야핏 사이클이 있습니다. 이 제품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내세웁니다:
집 안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식 휠
집 안 어디든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
이것은 분명 공간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동식 휠"은 보관과 이동의 편의성을, "세련된 디자인"은 심미적 침해 최소화를 목표로 합니다. 마케팅 자료에서도 깔끔한 거실이나 침실 한쪽에 자연스럽게 놓인 사이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나는 운동도 좋아하고, 매력적인 IT, ICT 기기들에 지갑을 쉽게 열지만, 내가 야핏 사이클을 설치하고 이용할 만한 공간을 만드는 것은 구매력 이상의 부담이 됩니다(사용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
구체적으로 어떤 부담들이 있을까요?
공간 확보: 사이클 자체의 크기도 문제지만, 사용할 때 필요한 여유 공간을 고려하면 최소 2~3평은 필요합니다. 앞뒤로 안전 거리, 옆으로 팔을 뻗을 공간, 땀이 떨어질 것을 고려한 바닥 보호 매트 등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큰 공간입니다.
기존 가구 재배치: 이 공간을 확보하려면 기존에 있던 소파, 책장, 수납장 등을 옮겨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물건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집 전체의 동선과 배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소음과 진동: 사이클 운동은 소음과 진동을 발생시킵니다. 아파트 거주자라면 아래층을 고려해야 하고, 가족이 있다면 그들의 활동 시간과 겹치지 않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심리적 압박: 큰 운동 기구가 거실이나 침실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저걸 샀는데 안 쓰면 어떡하지?"라는 죄책감, "저게 거실 한가운데 있는 게 보기 싫다"는 불만 등입니다.
나와 상황이 비슷한 집단인 운동을 좋아하는 20대~30대 초반의 1인 가구는 구매 욕구는 있지만, 공간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을까요? 특히 원룸이나 투룸에 사는 젊은 층에게 사이클은 공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큰 결심"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보편적 원칙: 모든 Home-based 서비스의 과제
💡 핵심: 야핏 사이클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공간이 사용되거나 노출되는 모든 비대면 서비스들도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서비스 이상의 전체 경험을 관리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공간이 사용되거나 노출되는 다른 비대면 서비스들도 동일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느껴질 서비스 이상의 전체 경험을 관리해야 합니다.
화상 회의 서비스: Zoom, Google Meet 같은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사용자는 "배경에 뭐가 보일까?" 걱정합니다. 그래서 가상 배경 기능이 필수가 되었고, 일부 사람들은 회의 전에 방을 정리하거나 배경이 깔끔한 장소로 이동합니다. 서비스 제공자는 이런 사용자의 고민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공해야 합니다.
원격 의료: 진료를 받는 동안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조용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그런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화장실에서 상담을 받거나, 차 안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온라인 교육: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은 부모에게 큰 부담입니다.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수업 중 방해받지 않도록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활동을 조정해야 하며, 때로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합니다.
홈 피트니스 앱: 앱 자체는 무료이거나 저렴하지만, 운동할 공간, 요가 매트, 덤벨 같은 도구, 그리고 소음 문제 등을 고려하면 진입 장벽이 생깁니다.
재택근무 도구: Slack, Notion, Asana 같은 협업 도구들은 훌륭하지만, 집중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 없다면 효과가 반감됩니다. 모니터, 책상, 의자 등의 물리적 환경도 중요합니다.
이 모든 서비스의 공통점은, 서비스 자체는 디지털이지만 사용 환경은 물리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물리적 환경은 서비스 제공자가 통제할 수 없지만, 서비스 경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서비스 설계 시 이것을 깊이 고려하고, 가능한 한 공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해결책: 공간 친화적 서비스 설계 원칙
💡 핵심: 성공적인 Home-based 서비스를 위해서는 최소 공간 요구, 다목적 호환성, 빠른 설치/철거, 시각적 조화, 공간 가이드 제공 등의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Home-based 서비스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원칙들을 제안합니다:
1. 최소 공간 요구사항 명시: 마케팅 자료에 "이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최소 X평방미터의 공간이 필요합니다"라고 명시합니다. 이것은 고객이 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하고, 구매 후 실망을 줄입니다.
2. 다목적 호환성: 기구나 장비를 설계할 때, 다른 용도와 공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접이식, 분해 가능, 또는 다른 가구와 결합 가능한 디자인입니다.
3. 빠른 설치와 철거: 사용할 때만 설치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쉽게 치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공간을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4. 시각적 조화: 집 인테리어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디자인입니다. 색상, 재질, 형태를 주거 공간에 맞게 디자인합니다. "체육관 기구"가 아니라 "가구"처럼 보이게 합니다.
5. 공간 설정 가이드 제공: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공간을 설정하면 좋습니다"라는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사진, 영상, AR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합니다.
6. 커뮤니티 공유: 사용자들이 자신의 공간 설정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듭니다. "작은 원룸에서도 이렇게 사용할 수 있어요"라는 실제 사례는 강력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7. 임대/구독 모델: 구매가 부담스러운 사용자를 위해 임대나 구독 모델을 제공합니다. 이것은 "맞지 않으면 반납하면 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마치며: 공간이 곧 경험이다
💡 핵심: Post-Covid 시대에 성공적인 서비스는 단순히 기능이 좋은 것을 넘어, 사용자의 공간적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서비스입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공간"의 중요성을 일깨웠습니다. 집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우리 삶과 일의 중심 무대가 되었습니다. Remote-Home 기반 서비스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성공하는 서비스는 사용자의 공간적 현실을 깊이 이해하는 서비스입니다.
야핏 사이클 같은 제품이나, 화상 회의 서비스, 원격 의료, 온라인 교육 등 모든 Home-based 서비스는 같은 근본적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집에서 이것이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
서비스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넓은 사무실이나 쇼룸에서 서비스를 상상하지 말고, 실제 사용자의 좁은 원룸, 소음 나는 아파트, 가족이 함께 사는 공간을 상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제약 속에서도 훌륭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공간은 경험의 일부가 아니라, 경험 그 자체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앱이나 콘텐츠도, 적절한 물리적 환경 없이는 가치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Post-Covid 시대의 서비스 설계는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의 경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자료:
유현준, 『공간이 만든 공간』
코로나19 이후 주거 공간 사용 패턴 변화 연구
야나두 야핏 사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