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선물 : 배틀그라운드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차별화

『배틀그라운드, 새로운 전장으로』를 읽고, 기술이 평준화된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차별화란 무엇이며, 리더십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제작자, 경영자, 그리고 팀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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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3, 2025
하늘이 내린 선물 : 배틀그라운드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차별화

들어가며

주말 내내 새벽까지 책에 빠져본 적이 언제였는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느끼는 그 충만함, 배움의 흥분, 그리고 "이걸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욕구. 『배틀그라운드, 새로운 전장으로』가 그런 책이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PUBG). 2017년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이 게임은 게임 업계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대중화했고, 출시 1년 만에 전 세계 5천만 장 이상 판매되며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성공 뒤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택의 순간, 갈등, 리더십, 그리고 운.

이 책은 블루홀에서 시작된 배틀그라운드의 탄생부터 PUBG 법인 설립, 크래프톤으로의 전환까지 이어지는 리더십과 성장의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조직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직면하는 딜레마, 리더십의 본질, 그리고 지속 가능한 차별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포인트를 나누고, 그것이 오늘날 모든 조직과 제품에 주는 시사점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 성과와 운의 경계

💡 핵심: 배틀그라운드 초기 흥행 시 인센티브 논의에서 "1년 안에 투자 대비 10배수까지는 노력의 결과고, 그 이상은 하늘이 준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새로운 전장으로』 책이 발간되자마자 구매해 주말 내내 새벽까지 푹 빠져 읽었습니다. 지난 『크래프톤 웨이』도 재밌게 읽어서 이번 책도 기대가 컸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재미와 배움을 남긴 것 같습니다.

몰입의 시작은 배틀그라운드 초기 얼리 액세스 판매가 폭발하던 시기, 인센티브를 두고 벌어진 내부 논의였습니다.

"1년 안에 투자 대비 10배수까지는 노력(기여)의 결과고, 그 이상은 하늘이 준 것."

배틀그라운드의 초기 흥행에 따른 예상 이익에 대해 성과 기준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이 장면은 여느 스릴러보다 더 숨 막히게 다가왔습니다.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배틀그라운드는 폭발적으로 성공했습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럴 때 조직 내부에서는 긴장이 생깁니다. "이 성공은 누구의 공인가?" "보상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개발팀은 말합니다. "우리가 밤낮으로 일해서 만든 게임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이 성공을 만들었습니다."

경영진은 말합니다. "우리가 투자 결정을 했고, 리스크를 감수했으며, 전략을 짰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 정도 성공은 운도 따랐습니다."

둘 다 맞습니다. 그렇기에 어렵습니다.

10배수라는 기준

"투자 대비 10배수까지는 노력의 결과"라는 기준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왜 10배일까요? 20배도 아니고, 5배도 아니고?

합리적 기대치:

게임 업계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투자 대비 수배~십수 배의 수익을 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박은 아니지만 성공입니다. 이것은 팀의 역량, 노력, 전략으로 달성 가능한 범위입니다.

10배를 넘어서면:

하지만 50배, 100배, 1000배? 이것은 다른 차원입니다. 팀이 뛰어나다고 해서,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의 타이밍, 경쟁 상황, 문화적 흐름, 입소문의 확산, 그리고 운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배틀그라운드는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열광했고 이 정도의 폭발적 성공은 예측 불가능했습니다.

이 장면이 스릴러처럼 느껴진 이유

이것은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의 정체성, 가치관, 그리고 미래가 걸린 문제입니다. 잘못 결정하면:

  • 팀이 분열됩니다

  • 핵심 인재가 떠납니다

  • 문화가 망가집니다

  • 다음 프로젝트가 실패합니다

반대로 잘 결정하면:

  • 공정함이 신뢰를 만듭니다

  •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합니다

  • 장기적 관점이 형성됩니다

  •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이 장면이 스릴러처럼 숨 막히게 느껴진 이유는, 그 무게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한 차별화: 모든 것이 웰메이드이거나, 하나가 확실하거나

💡 핵심: "게임이 시장에서 반응을 얻으려면 '모든 요소가 웰메이드'이거나, 단 하나라도 '확실한 핵심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통찰은 모든 서비스와 제품에 적용됩니다.

책을 읽으며 계속 떠올랐던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지속 가능한 차별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지금처럼 기술이 평준화되고 시장이 커지는 시점에는, 단순한 기능이나 속도만으로는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책에서 "게임이 시장에서 반응을 얻으려면 '모든 요소가 웰메이드'이거나, 단 하나라도 '확실한 핵심 요소'가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지금 우리가 만드는 대부분의 서비스와 제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1) 모든 요소가 웰메이드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입니다. 그래픽도 좋고, 사운드도 좋고, 스토리도 괜찮고, 조작감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느 하나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이것은 쉽지 않습니다. 모든 요소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들려면 시간, 돈, 인재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 요소라도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립니다.

(2) 단 하나의 확실한 핵심 요소

대부분은 평범하지만, 딱 한 가지가 압도적으로 뛰어납니다. 그것이 너무 강력해서, 다른 약점을 상쇄합니다.

배틀그라운드가 이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초기 버전은 버그가 많았고, 그래픽도 최첨단은 아니었으며, 최적화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100명이 하나의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는 핵심 경험이 너무 강렬했습니다. 사람들은 버그를 참고 즐겼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곳에서는 이 경험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간은 없다

책의 메세지는 명확합니다. "웰메이드도 아니고, 확실한 핵심도 없으면 실패한다."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게임, 앱, 서비스가 있습니다. 평범한 것은 묻힙니다. 사람들은 "괜찮네" 정도로는 시간과 돈을 쓰지 않습니다.


엔터테인먼트화되는 모든 서비스

💡 핵심: 최근 벤처 스튜디오와 인큐베이터들이 학습 가능한 제작 리더십을 실험하고 있으며, 모든 서비스가 엔터테인먼트화되면서 문제 해결을 넘어 몰입과 감정적 연결이 필요합니다.

최근 벤처 스튜디오, 콘텐츠 랩, 인큐베이터들이 학습 가능한 제작 리더십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특정 탤런트와 규모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반복 가능한 구조(체력)와 실험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게임뿐 아니라, 모든 서비스가 점점 엔터테인먼트화되고 있는 흐름과도 닿아 있습니다.

전통적 모델: 천재 의존

과거 게임 업계는 "천재 게임 디렉터"에 의존했습니다.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시드 마이어 (문명), 히데오 코지마 (메탈기어)처럼 소수의 비전을 가진 천재가 걸작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 확장 불가능합니다

  • 천재는 드뭅니다

  • 천재가 떠나면 회사가 무너집니다

  • 재현 불가능합니다 (다음 프로젝트 성공 보장 못 함)

새로운 모델: 시스템과 프로세스

벤처 스튜디오와 콘텐츠 랩은 다른 접근을 합니다. "천재 한 명"이 아니라 "좋은 시스템"으로 성공 확률을 높입니다.

핵심 요소:

1.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

  • 아이디어 생성 → 프로토타입 → 테스트 → 피벗/확장

  • 각 단계마다 명확한 기준과 체크리스트

  • 실패를 빨리 하고, 배우고, 다시 시도

2.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 주관보다 객관

  • 사용자 테스트, A/B 테스트, 지표 추적

  • "내 생각"이 아니라 "데이터가 말하는 것"

3. 다양한 실험:

  • 한 번에 여러 프로젝트 동시 진행

  • 포트폴리오 접근 (일부는 실패해도 OK)

  • 옵션 가치 극대화

4. 학습 조직:

  • 실패를 공유하고 배움

  • 베스트 프랙티스 문서화

  • 크로스 폴리네이션 (팀 간 아이디어 교류)

엔터테인먼트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점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몰입할 이유, 감정적으로 연결될 이유까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슨 뜻인가?

과거: 제품은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은행 앱은 송금, 쇼핑 앱은 구매, 뉴스 앱은 정보.

현재: 제품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작동하는 것을 넘어, 즐겁고, 매력적이며, 기억에 남아야 합니다.

예시로는

금융:

  • 과거: 복잡한 은행 앱, 기능만 작동

  • 현재: 토스, 카카오뱅크 → 직관적 UX, 재미있는 인터랙션, 감정적 피드백 ("축하합니다!", "잘하고 계세요")

쇼핑:

  • 과거: 물건 검색, 구매

  • 현재: 무신사, 29CM → 큐레이션, 스토리텔링, 커뮤니티

교육:

  • 과거: 딱딱한 강의, 교과서

  • 현재: Duolingo → 게임화, 캐릭터, 스트릭, 보상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가?

1. 선택지 과잉:

시장에 제품이 너무 많습니다. 기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습니다. 감정적 연결이 있는 제품이 선택받습니다.

2. 주의력 경제:

사람들의 시간과 주의는 제한적입니다. 게임, 넷플릭스, 소셜미디어가 경쟁합니다. 지루한 제품은 버려집니다.

3. 밀레니얼/Gen Z:

젊은 세대는 "경험"을 중시합니다. 단순히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의미 있고, 공유할 만한 것을 원합니다.

4. 기술 성숙:

UX, 애니메이션, 인터랙션 디자인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이제 모든 앱이 "재미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배우기

게임 업계는 수십 년간 "어떻게 사람을 몰입시킬까?"를 연구했습니다. 이제 다른 산업이 게임에서 배웁니다.

게임 디자인 원칙:

  • 명확한 목표

  • 즉각적 피드백

  • 점진적 난이도 상승

  • 보상과 성취감

  • 사회적 요소 (경쟁, 협력)

  • 스토리텔링

이것들이 모든 제품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리더십의 딜레마: 기다림과 재촉 사이

💡 핵심: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의 리더는 자기주도적 팀이 자라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빠른 실행을 위해 확인하고 재촉할 것인가의 딜레마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하는 블루홀의 대표를 맡았던 김효섭 대표님의 고민도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경영진이나 책임자들이 자기 고민 없이 일을 진행할까 봐 우려했다. 더욱 주체적이고 자기주도적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나하나 확인하고 재촉하는 데 주저했다. 실행력 있는 인력 구성을 갖추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썼다."

이 말은 단지 한 대표의 고민이 아니라, 성장을 이끄는 조직이 직면하는 리더십의 본질적인 딜레마처럼 느껴졌습니다.

자기주도적인 태도와 실행력을 갖춘 팀원이 자라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아니면 빠른 실행을 위해 '확인하고 재촉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걸까?

딜레마의 양쪽

A: 기다리고 믿기 (김효섭 대표의 선택)

팀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하기를 기다립니다. 일일이 확인하거나 재촉하지 않습니다.

장점:

  • 팀원이 성장합니다

  • 주인의식이 생깁니다

  • 창의성과 자율성이 높아집니다

  • 리더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아도 조직이 돌아갑니다 (확장 가능)

단점:

  •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 실수가 많습니다

  • 일부는 절대 자기주도적이 되지 않습니다

  •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B: 확인하고 재촉하기

리더가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재촉합니다.

장점:

  • 빠릅니다

  • 실수가 적습니다 (리더의 경험으로 방지)

  • 명확한 방향

  • 단기 성과 확보

단점:

  • 팀원이 수동적이 됩니다

  • "시키는 일만" 합니다

  • 리더가 없으면 멈춥니다

  • 리더가 병목이 됩니다

  • 확장 불가능합니다

정답은 없다

이것은 이분법이 아닙니다. 상황, 조직, 사람, 시장에 따라 다릅니다.

모든 리더가 직면하는 질문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는가, 아니면 팀을 믿어야 하는가?"

이것은 영원한 긴장입니다. 완벽한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 지금 우리 조직의 단계는?

  • 시장 상황은?

  • 팀의 성숙도는?

  • 내가 병목이 되고 있는가?

  • 팀원들이 성장하고 있는가?

그리고 유연해야 합니다. 상황이 바뀌면, 접근도 바뀌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창한 대표님의 메일

지난 『크래프톤 웨이』 책에서 본 김창한 대표님의 '펍지의 목표 또는 비전에 대하여'라는 메일이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제품과 고객(마켓), 이 2가지 요소만이 본질적인 요소"

"저는 이것을 이룰 때까지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어렵게 해낸 일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참고자료:

  • 『배틀그라운드, 새로운 전장으로』

  • 『크래프톤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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