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문제: 제한된 공급과 늘어나는 수요의 딜레마

많은 사람들이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폭증하니, 헬스케어 산업은 무조건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의료비는 증가하고, 병원은 붐비고, 디지털 헬스케어는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체 그림의 일부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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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0, 2021
의사 부족 문제: 제한된 공급과 늘어나는 수요의 딜레마

들어가며

헬스케어 산업은 광범위한 영역입니다. 이 안에서 성장 산업과 성장이 제한된 범위가 있는데, 특히 국내에서는 이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모든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 중 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폭증하니, 헬스케어 산업은 무조건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의료비는 증가하고, 병원은 붐비고, 디지털 헬스케어는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체 그림의 일부일 뿐입니다.

국내의 경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와 IT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 헬스케어가 급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제약 조건이 있습니다. 환자의 치료 계획과 치료를 책임지는 의료 공급자는 의사입니다. 의사 인력은 공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의료 영역에서는 성장이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헬스케어 산업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지만 종종 간과되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 있어도, 아무리 많은 투자가 들어와도, 의사라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실질적인 성장은 제한됩니다.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리: 의료는 다르다

💡 핵심: 일반 시장에서는 수요 증가가 공급 증가로 이어지지만, 의료 시장은 다릅니다. 의사 수는 국가가 엄격히 통제하므로, 수요가 늘어나도 공급은 쉽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지난 '공급자 value VS 수요자 value'를 얘기한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수요 곡선의 증가가 새로운 공급자가 생기는 요인으로, 그 안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정 비율로 균형을 이루어 생태계가 형성되고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래서 수요에 의해 새로운 공급자가 생기는 것이므로 수요자 value가 높습니다(치킨 수요가 높아져서, 또는 수요를 높게 만드는 마케팅을 해서 치킨집 개업이 늘어나는 것처럼).

이것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입니다. 치킨이 인기를 끌면 치킨집이 늘어나고, 커피 수요가 증가하면 카페가 생겨나며,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면 택배 기사가 증가합니다. 수요와 공급이 자유롭게 조정되면서 시장은 균형을 찾습니다.

반면, 의료 영역은 어떠할까요? 수요자는 환자이고, 공급자는 의사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인구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료 수요가 증가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15.7%에서 2030년 25%, 2050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은 젊은 층에 비해 평균 4~5배 더 많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그 수요에 맞춰서 새로운 공급자인 의사를 갑자기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러지 못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의료 공급자인 의사 수는 국가가 관리하며, 그 정원이 계획적이고 계획 안에서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치킨집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치킨 수요가 늘면 누구나 치킨집을 열 수 있습니다(물론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지만). 하지만 의료 수요가 늘어도 아무나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에 입학해야 하고, 의대 정원은 국가가 정합니다. 그리고 그 정원은 수십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의사 인력의 현황: 부족한가, 충분한가?

💡 핵심: 현재 국내 의사 수는 약 13만 명, 의대 정원은 연간 약 3천 명이며, 의사가 되기까지 최소 6~8년이 걸립니다. 인구 천 명당 의사 2.5명 수준으로 초고령화 사회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현재 국내 의사 수는 약 13만 명 정도이며, 의사가 되기 위한 시작인 의대 정원은 1년에 약 3천 명입니다. 그리고 의대 입학 후 최소 6~8년 후에 비로소 의사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최소 1년(일부 과는 4년)을 거쳐야 전문의가 됩니다.

이 숫자들을 냉정하게 분석해보겠습니다. 연간 3천 명의 의대생이 배출되고, 이들이 모두 의사가 된다고 가정하면(실제로는 탈락하거나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매년 3천 명의 신규 의사가 공급됩니다. 반면 은퇴하거나 사망하는 의사도 있으므로, 순증가는 이보다 적습니다.

지금 상황을 스냅샷으로 본다면, 전체 인구 천 명당 의사가 2.5명 수준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현재 의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OECD 평균이 3.5명 정도이니, 한국은 평균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일본(2.5명), 독일(4.3명), 오스트리아(5.2명) 같은 고령화된 국가들과 비교하면 더욱 부족해 보입니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위험합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독특합니다. 의사 한 명당 진료하는 환자 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많습니다. 한국 의사들은 하루에 평균 50 ~ 60명, 많게는 100명 이상의 환자를 봅니다. 독일이나 미국에서는 하루 20 ~ 30명 정도를 봅니다. 즉, 한국 의사들은 다른 나라 의사들보다 2~3배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짧은 진료 시간입니다. 환자 한 명당 평균 35분 정도의 진료를 합니다. 미국에서는 1520분, 유럽에서는 10~15분 정도입니다. 이렇게 빠른 회전율로 적은 수의 의사가 많은 환자를 소화합니다.

그렇다면 의사가 부족한 것일까요, 충분한 것일까요? 양적으로는 부족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어떻게든 작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문제가 있습니다. 3분 진료로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환자는 충분히 설명을 듣고, 질문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의사는 번아웃 없이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의대 정원 논쟁: 왜 진작에 늘리지 못했을까?

💡 핵심: 정부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예상했지만 의대 정원을 늘리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복잡하지만, 의료계의 반대, 단기적 재정 부담, 장기적 수급 예측의 어려움 등이 작용했습니다.

정부에서는 인구통계학적으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의사 수를 확장하기 위한 의대 정원은 왜 진작에 늘리지 못했을까요?

이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정부가 무능해서" 또는 "의료계가 기득권을 지키려고"라는 식의 일차원적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첫째, 의료계의 반대입니다.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해왔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교육 품질 저하", "의료의 질 하락"입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교수 한 명당 학생 수가 증가하고, 실습 기회가 줄어들며, 결과적으로 덜 훈련된 의사가 배출된다는 주장입니다. 이것은 일리가 있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숨겨진 이유도 있습니다. 의사가 늘어나면 경쟁이 심화되고, 개별 의사의 수입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원의들은 이를 우려합니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실질적인 이해관계입니다. 의료계는 강력한 이익 집단이며,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둘째, 단기적 재정 부담입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려면 인프라 투자가 필요합니다. 의대 건물, 실습 병원, 교수 인력 등을 확충해야 합니다. 이것은 수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며, 효과는 10년 후에나 나타납니다. 정치인들은 임기 내에 성과를 보고 싶어 하므로, 이런 장기 투자를 꺼립니다.

셋째, 장기적 수급 예측의 어려움입니다. 정확히 몇 명의 의사가 필요한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많이 늘리면 과잉 공급이 되어 국가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너무 적게 늘리면 부족 현상이 지속됩니다.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의 의사들을 1, 2세대 의사로 보고 있습니다. 80 ~ 90년대에 의대를 졸업하고 힘든 시기에 국가 보건복지를 위해 힘써주신 분들이 1/3 이상의 인력으로, 은퇴가 가까이 있으신 분들입니다. 이들이 향후 10 ~ 15년 내에 대거 은퇴하면, 의사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의사 부족을 이유로 의대 정원을 늘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의대 정원을 늘려도, 실제로 의사가 배출되는 것은 최소 6~8년, 전문의로 활동하려면 10년 이상 후입니다. 그때쯤이면 인구 구조가 또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일본의 교훈: 뒤늦은 정원 확대의 부작용

💡 핵심: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를 겪으며 뒤늦게 의대 정원을 늘렸지만,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자 다시 정원 감소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도 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의 경우 초고령화 사회를 겪으며 지역 보건 의료 확대를 위해 뒤늦게 의대 정원을 늘렸으나, 저출산 문제와 초고령화 인구층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되자 국가 부담으로 다시 의대 정원 감소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우리나라도 똑같은 문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 1980년대에 "의사 과잉" 시대를 경험했습니다. 의대 정원을 늘렸는데, 경제 침체와 맞물려 의사들의 수입이 감소하고 실업 의사까지 생겼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부터 의대 정원을 줄였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다시 의사 부족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특히 지방의 의사 부족이 심각했습니다. 그래서 2008년부터 의대 정원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7,625명에서 2019년 9,420명으로, 약 24%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본의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특히 고령 인구도 곧 감소할 전망입니다. 2040년 이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그때쯤 의사가 과잉 공급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재정입니다. 일본의 국민의료비는 이미 GDP의 11%에 달하며,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많을수록 의료비도 증가합니다(공급자 유도 수요). 재정 압박이 심해지자, 의대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도 같은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저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고령 인구도 2050년 이후에는 감소할 전망입니다. 지금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면, 2040~2050년대에는 의사 과잉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복합적 고려사항: 단순한 숫자 게임이 아니다

💡 핵심: 의사 인력 정책은 의대 정원, 의사 수, 공급자 수명 관리, 인구통계학(지역별, 연령별)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의료 체인이 망가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합니다.

결국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모두 고려되어야 합니다:

  • 의대 정원

  • 의사 수

  • 의료 공급자 수명 관리

  • 인구통계학(지역별, 연령별) 등등

이 모든 것들이 고려되어 의료 체인이 망가지면 안 되는 상황에서, 현재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마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대 정원은 단순히 숫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거나 확장할 것인가? 어떤 특성화 전략을 취할 것인가? 지역 인재 전형을 얼마나 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의사 수도 총량만이 아니라 분포가 중요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의사가 넘치지만, 지방과 농어촌은 심각한 부족입니다. 인기 과(피부과, 성형외과, 안과)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필수 의료(응급의학,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는 기피됩니다.

의료 공급자 수명 관리는 은퇴 시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의사들이 언제까지 일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공급이 달라집니다. 최근에는 건강 수명이 늘어나 70대까지 일하는 의사도 많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과(외과, 응급의학)는 일찍 은퇴합니다.

인구통계학은 지역별, 연령별로 세밀하게 봐야 합니다. 전국 평균으로는 의사가 부족해 보여도, 강남에는 과잉이고 강원도에는 부족합니다.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산으로 수요가 줄지만, 노인의학은 급증합니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는 각자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표를 의식하여 단기적 해법을 찾고, 의료계는 기득권 보호에 집중하며, 산업계는 규제 완화와 시장 개방을 요구합니다. 이 세 주체가 공동의 장기 비전을 갖고 협력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진짜 부족한 것: 과목별 편중과 1차 의료

💡 핵심: 전체 의사 수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과목별 편중입니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를 돌볼 내과, 가정의학과 의사가 크게 부족하며, 이것이 지역 의료와 커뮤니티 케어의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결국 이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는 부족한 의사 인력을 보조하고 의사를 도울 수 있는 수단이 채택되고 확산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간호 인력을 포함하여 의료기기, 디지털 도구들이 여기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의사 인력은 과별로 세그먼트를 나누어보면, 결국 고령자와 암 환자, 만성질환자를 케어할 내과, 가정의학과 의사가 크게 부족한 것입니다(AI 영상 분석이 공급자 채택이 안 되고 있는 이유에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보겠습니다. 전문의 중 내과는 약 20%, 가정의학과는 약 5%에 불과합니다. 반면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정형외과 같은 이른바 "돈 되는 과"로의 쏠림이 심각합니다. 특히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이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경제적 인센티브입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개원의는 연 수억 원을 벌 수 있지만, 내과 개원의는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근무 환경도 다릅니다. 피부과는 응급 상황이 거의 없고 야근도 없지만, 내과는 당직, 야간 호출, 응급 상황에 시달립니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대부분 진료과목 편중이 되어, 가장 인기 없는 과목이 되어버린 내과를 이렇게 방치하면,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주장하는 지역 의료, 커뮤니티 케어는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지역 의료와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은 1차 의료입니다. 고령자가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찾아가는 주치의. 이것이 1차 의료의 역할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모든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고, 의료 시스템은 마비됩니다.

현재 한국의 1차 의료는 매우 취약합니다. 동네 의원은 있지만, 대부분 단순 진료와 처방에 그칩니다. 만성질환 관리, 예방 상담, 건강 교육 같은 것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환자도 신뢰하지 않아서, 사소한 문제라도 대형병원을 찾습니다.


비대면 진료: 현실적 해법의 하나

💡 핵심: 의사 부족 문제의 현실적 해법 중 하나는 비대면 진료입니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 같은 1차 의료에서 비대면 진료를 정착시키면, 환자와 의사 모두의 부담을 줄이면서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지금 '비대면 진료'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비대면 진료를 통해 만성질환자 관리 등 1차 의료 범위에서 환자 관리 프로토콜에 정착되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비대면 진료는 논란이 많은 주제입니다. 의료계는 대체로 반대합니다. "직접 보지 않으면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하다", "의료 사고 위험이 크다", "대형병원이 환자를 독식하여 동네 의원이 망한다" 등의 우려를 제기합니다. 이것은 일리가 있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모든 진료가 대면이어야 할까요? 예를 들어 당뇨 환자가 1년에 6번의 병원 방문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2회는 비대면 진료와 영상 교육을 받고, 4회는 방문하여 A1c(당화혈색소)를 검사받는 것이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그려보겠습니다. 당뇨 환자 김씨는 3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합니다. 매번 병원 가려면 반차를 내거나 업무를 조정해야 하고, 교통비와 시간이 듭니다. 병원에 도착하면 1~2시간 대기하고, 실제 진료는 5분입니다. 의사는 혈당 수치를 확인하고, "계속 약 드세요, 운동하세요"라고 말하고 끝입니다.

이 진료의 절반을 비대면으로 대체한다면 어떨까요? 김씨는 집이나 직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의사와 화상 상담을 합니다. 혈당 수치는 이미 연동된 혈당계에서 자동으로 병원 시스템에 전송됩니다. 의사는 그래프를 보며 "지난 2주간 혈당이 조금 높네요. 저녁 식사량을 줄여보세요"라고 조언합니다. 영양사가 준비한 맞춤형 식단 교육 영상도 함께 시청합니다.

이것은 김씨에게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고, 의사에게는 더 많은 환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합니다. 물론 3~6개월에 한 번은 직접 방문하여 종합적인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비대면 진료가 대면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입니다.

비대면 진료가 특히 유용한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만성질환의 정기적 모니터링 (당뇨, 고혈압, 갑상선 질환 등)

  • 약 처방 갱신 (변화가 없는 경우)

  • 간단한 상담 및 교육

  • 지방이나 섬 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성 향상

  •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편의

  • 감염병 유행 시기의 감염 위험 감소


디지털 도구와 간호 인력: 의사를 돕는 생태계

💡 핵심: 의사 부족 문제는 의사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간호 인력, 의료기기, 디지털 도구 등이 의사를 효과적으로 보조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제한된 공급자 풀에서 수요의 기회를 보고 성장만을 좇다가는 아무것도 얻어갈 것이 없는 국내 의료 영역에서, 자원과 관심이 부족하지만 인구통계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내과, 가정의학과 등의 부담을 줄여주고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혁신이라고 느껴집니다.

의사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효과적인 의료 전달을 위해서는 팀이 필요합니다. 그 팀의 구성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호 인력은 의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간호사의 역할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NP(Nurse Practitioner)나 영국의 Advanced Nurse는 진단, 처방, 시술까지 할 수 있지만, 한국 간호사는 대부분 의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합니다.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면, 의사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는 진단과 치료의 효율을 높입니다. 자동 혈압계, 혈당계, 심전도 기계 등은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AI 기반 영상 진단 보조, 로봇 수술, 원격 모니터링 기기 등은 의사가 더 많은 환자를 더 정확하게 진료할 수 있게 합니다.

디지털 도구는 특히 중요합니다. 전자 의무 기록(EMR)은 진료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의료 오류를 줄입니다. 원격 모니터링은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합니다. AI 챗봇은 간단한 질문에 답하고, 환자를 분류합니다. 원격 진료 플랫폼은 의사와 환자를 연결합니다.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제한된 의사 인력으로도 더 많은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이런 생태계 구축이 더딥니다. 규제, 의료계의 저항, 투자 부족, 기술 미성숙 등 여러 장애물이 있습니다.


마치며: 혁신의 재정의

💡 핵심: 화려한 신기술보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것이 진정한 혁신입니다. 내과와 가정의학과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를 돕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혁신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화려한 신기술과 동일시합니다. AI, 로봇, 유전자 치료, 나노 의학 같은 것들 말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때로 훨씬 소박합니다. 제한된 공급자 풀에서 수요의 기회를 보고 성장만을 좇다가는 아무것도 얻어갈 것이 없는 국내 의료 영역에서, 자원과 관심이 부족하지만 인구통계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내과, 가정의학과 등의 부담을 줄여주고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혁신이라고 느껴집니다.

바쁜 내과 의사가 환자 한 명당 10분이 아니라 5분이라도 더 할애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당뇨 환자가 병원까지 2시간 걸려 오지 않고 집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의사가 밤에 제대로 자고 번아웃 없이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진짜 혁신입니다.

의사 부족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10년 이상 걸립니다. 그 사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현재 있는 의사들이 더 효율적으로, 더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의사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팀 기반 의료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예방과 건강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막는 것입니다.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도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작동할 때, 우리는 의사 수를 극적으로 늘리지 않고도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혁신입니다.


참고자료:

  • 대한의사협회 의료 인력 통계

  • 보건복지부 의료 정책 자료

  • OECD Health Statistics

  • 일본 후생노동성 의사 수급 정책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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