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의 딜레마: 품질 vs 속도, 그리고 K-진단키트의 미래

COVID-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전 세계가 진단키트를 원했습니다. 빠르게, 정확하게, 대량으로. 한국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K-방역의 상징인 진단키트를 수출하여,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수출 효자 품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64개 업체가 사용 승인을 요청했는데, 4개사만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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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3, 2020
식약처의 딜레마: 품질 vs 속도, 그리고 K-진단키트의 미래

들어가며: 64개 중 4개만 승인

COVID-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전 세계가 진단키트를 원했습니다. 빠르게, 정확하게, 대량으로. 한국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K-방역의 상징인 진단키트를 수출하여,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수출 효자 품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64개 업체가 사용 승인을 요청했는데, 4개사만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본문 내용 中> 64개 업체가 사용 승인을 요청했다는데, 4개사만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그러면 나머지 60개에 대한 승인은 왜 안 해주는 것일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에 대한 질문이 생깁니다.

왜? 나머지 60개는?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 식약처가 발목을 잡는 것 아닌가?

이런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기업들은 불만을 토로했고, 언론은 규제를 비판했으며, 정치권은 신속 승인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식약처가 잘못한 것일까요? 아니면 더 큰 그림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요?


기술적 차이: PCR vs LFA

💡 핵심: 제품에 대한 Method가 PCR이냐 아니면 LFA(흔히 말하는 Rapid test)인지 구분부터 해야 하며, LFA 제품의 경우에는 사실 검토도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60개에 대한 승인은 왜 안 해주는 것일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에 대한 질문이 생깁니다. 제품에 대한 Method가 PCR이냐 아니면 LFA(흔히 말하는 Rapid test)인지 구분부터 해야 합니다.

진단키트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기술을 이해해야 합니다. 모든 진단키트가 같지 않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원리:

바이러스의 유전물질(RNA)을 증폭하여 검출합니다. 아주 소량의 바이러스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마치 흔적을 찾아 복사하고, 또 복사하여,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장점:

  • 높은 민감도: 감염 초기, 바이러스가 적어도 검출 가능

  • 높은 특이도: 다른 바이러스와 구별 가능, 오진 가능성 낮음

  • 표준 검사: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골드 스탠다드"

단점:

  • 시간: 결과까지 수 시간 소요 (검체 채취 → 실험실 이송 → 전처리 → 검사 → 결과)

  • 장비: 전문 장비와 실험실 필요

  • 비용: 상대적으로 비쌈

LFA (Lateral Flow Assay, 신속항원검사)

LFA 제품의 경우에는 사실 검토도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원리:

바이러스의 단백질(항원)을 항체로 검출합니다. 임신 테스트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검체를 떨어뜨리면 10~30분 내에 선이 나타납니다.

장점:

  • 속도: 15~30분 내 결과

  • 간편함: 특별한 장비 불필요, 현장에서 즉시 검사

  • 저렴함: 생산 및 사용 비용 낮음

단점:

  • 낮은 민감도: 바이러스가 충분히 많아야 검출 (감염 초기나 무증상자는 놓칠 가능성)

  • 정확도: 약 70% 수준 (인플루엔자 기준)

호흡기 질환 중 하나인 인플루엔자의 경우에도 LFA의 제품의 민감도는 평균 70% 수준입니다. (Whole blood, plasma 샘플이 아닌 점, 불순물 등의 이유로)

왜 정확도가 낮을까요?

  • 혈액이나 혈장이 아닌 코·인두 검체 사용 (불순물 많음)

  • 항원 양이 적으면 검출 실패

  • 검체 채취 방법에 민감 (잘못 채취하면 위음성)

2020년 상황: LFA는 불충분

COVID-19 초기, 진단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 격리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70% 정확도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30%를 놓치면? 그들이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뜨립니다. 방역이 무너집니다.

따라서 고로 LFA와 같은 immunoassay 제품을 지금 검토한다는 것은 인력 낭비입니다.

식약처 입장에서 LFA 제품들을 승인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해로웠습니다. "승인받은 진단키트"라는 이름으로 부정확한 검사가 이루어지면, 방역에 구멍이 생깁니다.

그래서 64개 중 상당수가 LFA였다면? 승인 대상이 아닙니다. 검토할 필요도 없습니다.


CE 인증의 함정: 종이 호랑이

💡 핵심: LFA(immunoassay) 제품이 CE 허가를 받았다는 기사들이 있는데, CE-IVD DoC의 경우 자체 데이터로 증명하는 서류 작업이라 막말로 맘만 먹으면 받을 수 있습니다.

(+LFA(immunoassay) 제품이 CE 허가를 받았다는 기사들이 있는데, CE-IVD DoC의 경우 자체 데이터로 증명하는 서류 작업이라 막말로 맘만 먹으면 받을 수 있습니다. 고로 기업 PR 혹은 주가를 위함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CE 인증이란?

CE는 유럽 시장 진입을 위한 필수 인증입니다. "이 제품이 유럽 안전 기준을 충족합니다"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트릭이 있습니다. CE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CE-IVD (In Vitro Diagnostic) - Self Declaration:

스스로 선언하는 방식입니다. 회사가 자체 데이터를 만들고, 서류를 작성하며, "우리 제품은 기준을 충족합니다"라고 선언합니다. 제3자 검증이 약하거나 없습니다.

CE-IVD - Notified Body:

제3자 인증기관(Notified Body)이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칩니다. 신뢰도가 높습니다.

대부분의 LFA 제품들은 Self Declaration 방식으로 CE를 받았습니다.

왜 문제인가?

막말로 맘만 먹으면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허위는 아닙니다. 자체 데이터를 만들고, 서류를 작성하는 것은 합법입니다. 하지만 기준이 느슨합니다. 샘플 수가 적어도, 검증이 부실해도, 통계가 약해도, "기준을 충족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CE 인증을 취소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유럽의 규제 시스템은 사후 감시가 약합니다.

기업의 동기

고로 기업 PR 혹은 주가를 위함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기업들은 왜 CE를 받을까요? 실제로 유럽에 판매하기 위해서? 일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홍보 목적입니다.

"우리 제품, CE 인증 획득!"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이 보도하며, 주가가 오릅니다. 투자자들은 "유럽 시장 진출!"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실제 판매는? 거의 없거나, 아주 소량입니다. 그리고 품질 문제가 터지면? 조용히 사라집니다.

한국 제품 전체에 대한 위험

그러니 이러한 제품들을 수출했다가, 퀄리티 이슈로 시장에서 매장당하면 한국 전체 진단업계에 타격이 가게 됩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두 회사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 브랜드의 문제입니다.

"한국 진단키트는 정확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 좋은 제품도 팔리지 않습니다. K-진단키트 전체가 신뢰를 잃습니다.

식약처가 우려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단기적 수출 증가보다, 장기적 브랜드 가치가 중요합니다.


PCR 제품 승인 기준: 신뢰도가 핵심

💡 핵심: PCR 제품은 왜 승인을 안 해주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신뢰도이며, 매스 프로덕션 능력, 품질 안정화, 충분한 생산량이 고려 사항입니다.

그러면, PCR 제품은 왜 승인을 안 해주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신뢰도입니다.

LFA를 제외하고도, PCR 제품들이 많이 신청했을 것입니다. 왜 이것들도 대부분 거부되었을까?

식약처의 고려사항

  1. 현재 PCR 제품으로 매스 프로덕션(mass production)을 돌려, 생산 중인 제품이 있는지?

  2. 그리고 품질이 안정화되어 있는지?

  3. 승인을 해주면 정부 공급에 충분한 생산량이 나오는지? 혹은 현재 수준 이상의 공급이 필요한지?

아마 위 고려사항을 중점으로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식약처가 평가하는 것은 단순히 "제품이 작동하는가?"가 아닙니다. "이 회사가 대량 공급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가?"입니다.

1. 매스 프로덕션 경험

현재 PCR 제품으로 매스 프로덕션을 돌려, 생산 중인 제품이 있는지?

실험실에서 소량 만드는 것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스케일업의 어려움:

  • 원료 공급: 소량은 쉽게 구하지만, 대량은? 안정적 공급처 확보 필요

  • 품질 관리: 배치마다 품질이 일정해야 함. 대량 생산 시 변수 증가

  • 속도: 하루에 수만, 수십만 개 생산 가능해야 함

경험 없는 회사에 긴급 승인을 내주면? 나중에 공급을 못 합니다. "승인받았는데 제품이 없네?" 혼란이 생깁니다.

2. 품질 안정화

그리고 품질이 안정화되어 있는지?

제품 간 편차가 있으면 안 됩니다. 어떤 키트는 정확하고, 어떤 키트는 부정확하면? 신뢰를 잃습니다.

품질 검증:

  • 임상 시험: 실제 환자 검체로 정확도 확인

  • 배치 테스트: 여러 생산 배치의 일관성 확인

  • 안정성 시험: 보관 기간 동안 성능 유지 확인

이런 데이터가 충분해야 승인합니다. 서두르면 위험합니다.

3. 공급 능력과 필요성

승인을 해주면 정부 공급에 충분한 생산량이 나오는지? 혹은 현재 수준 이상의 공급이 필요한지?

식약처의 숨겨진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정말 더 많은 진단키트가 필요한가?"

2020년 중반 기준, 한국은 이미 충분한 검사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하루 수만 건 검사 가능했고, 확진자 수가 안정화되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60개 회사를 더 승인하면? 공급 과잉입니다. 그리고 품질 낮은 제품이 섞여 들어올 위험이 있습니다.

차라리 검증된 4~5개 회사가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낫습니다.


식약처의 판단: 신중함의 가치

💡 핵심: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재 한국은 확진자 발생 수도 주춤해지고 상황들이 안정화해 가는 과정에서 굳이 무리하여 승인 건수를 늘리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판단일 것입니다.

타이밍의 문제

2020년 초, 한국이 COVID-19로 큰 타격을 받았을 때는 절박했습니다. 검사 능력이 부족했고, 빠른 진단이 필요했으며, 모든 가능성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후,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확진자가 줄었고, 검사 체계가 안정화되었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급하게 승인 건수를 늘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신중하게,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했습니다.

품질 vs 양

식약처에서 말했듯 신중한 검토를 통해 수출을 하더라도, 한국 진단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퀄리티를 선정할 것이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잘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약처의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우리는 품질을 선택합니다. 수출 물량보다 신뢰 가치가 중요합니다."

64개를 모두 승인하면? 단기적으로 수출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일부가 문제를 일으키면? 장기적으로 K-진단키트 전체가 타격을 받습니다.

4개만 승인하면? 수출 물량은 적지만, 품질은 보장됩니다. 그리고 이 신뢰가 쌓이면, 장기적으로 더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장기 전략

한국 진단 산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신중한 접근이 맞습니다.

단기 vs 장기:

  • 단기: 모두 승인 → 수출 증가 → 일부 문제 발생 → 신뢰 하락 → 장기적 손실

  • 장기: 선별 승인 → 품질 입증 → 신뢰 구축 → 브랜드 가치 상승 → 지속적 성장

식약처는 장기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정답이었다고 저자는 평가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잘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며: 규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핵심: 식약처의 신중한 승인 전략은 단기 수출보다 장기 브랜드 가치를 우선시한 것으로, K-진단키트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습니다.

오해와 진실

"식약처가 K-진단키트 확산의 발목을 잡는다"는 제목은 자극적입니다. 그리고 일부는 사실입니다. 60개 회사가 기회를 놓쳤으니까요.

하지만 더 큰 그림을 보면? 식약처는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빠르게가 아니라, 제대로 가자"는 것입니다.

규제의 역할

규제는 종종 혁신을 막는다고 비판받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사실입니다. 과도한 규제는 기업의 손발을 묶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규제는 필수입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왜?

안전:

부정확한 진단은 생명을 위협합니다. 위음성은 감염자를 놓치고, 위양성은 불필요한 격리와 치료를 초래합니다.

신뢰: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진단키트가 "부정확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모든 기업이 피해를 봅니다.

지속 가능성:

단기 수익보다 장기 생존이 중요합니다. 품질 낮은 제품으로 단발성 수출을 하는 것보다, 품질 높은 제품으로 지속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 낫습니다.

기업의 책임

물론 식약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들도 책임이 있습니다.

CE 인증을 홍보 수단으로만 사용하거나, 품질 검증 없이 승인을 요구하거나, 단기 수익만 쫓는 것은 잘못입니다.

진짜 경쟁력은 품질입니다. 정확하고, 안정적이며, 대량 공급 가능한 제품. 이것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식약처와 협력해야 합니다. 대립이 아니라 협력. 함께 K-진단키트의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COVID-19는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그 기회를 잘 활용했습니다. K-진단키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수출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을 수 있습니다. 신뢰는 오래 걸려 쌓이고,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식약처의 신중한 접근은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옳았습니다.

규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식약처는 그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참고자료:

  • 이투데이, "식약처가 K진단키트 확산의 발목을 잡는다" (2020)

  • COVID-19 진단키트 기술 및 규제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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