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사과: 한국 의료 생태계의 왜곡된 권력 구조

2021년, 한 뉴스가 약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약국 운영 문제로 병원 원장에게 사과한 약사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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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18, 2021
약사의 사과: 한국 의료 생태계의 왜곡된 권력 구조

들어가며: 사과해야 했던 약사

2021년, 한 뉴스가 약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약국 운영 문제로 병원 원장에게 사과한 약사의 이야기였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286327_34936.html

무슨 일이었을까요? 약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병원 원장에게 사과를 해야 했을까요? 그리고 이것이 왜 문제가 되었을까요?

이러한 기사만으로 지역 의원(병원)과 약사의 관계를 일반화시킬 수 없지만, 약사가 갖고 있는 눈치와 부담은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이 사건은 한국 의료 생태계의 왜곡된 권력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의사와 약사는 대등한 의료 전문가여야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약사는 의사의 눈치를 보고, 부담을 느끼며, 때로는 부당한 요구에도 굴복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이것이 한국 의료에 어떤 의미일까요?


약사의 현실: 이중 압박 속에서

💡 핵심: 과거 약국에 의료기기를 제안하러 다닐 때 약사분들은 상품명 처방에 따른 의약품 관리 부담, 병원의 홍보비 명목 지원금 요구 등 부담을 갖고, 약국 리모델링과 가정용 의료기기 구비로 수익 창출을 꾀할 만큼 고민이 컸습니다.

저도 과거 약국에 의료기기를 제안하며 현장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약사들의 현실을 직접 들었습니다.

압박 1: 상품명 처방의 부담

처방전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성분명 처방:

"이부프로펜 200mg" 같은 방식입니다. 약사가 동일 성분의 여러 제품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약사의 전문성이 발휘되고, 환자에게 더 저렴하거나 좋은 제품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상품명 처방:

"부루펜 200mg" 같은 특정 상품명을 지정하는 방식입니다. 약사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 제품만 조제해야 합니다.

문제는 일부 의사들이 특정 제약사와 관계를 맺고, 그 회사 제품만 상품명으로 처방하는 것입니다. 약사는 그 제품을 재고로 확보해야 합니다. 팔리지 않으면? 재고 부담입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손실입니다.

그리고 여러 병원에서 각각 다른 상품명을 처방하면? 약사는 수십, 수백 가지 제품을 재고로 가져야 합니다. 관리가 복잡하고, 자본이 묶이며, 효율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불평할 수 없습니다. 의사가 "왜 우리 처방전 받기 싫어?"라고 하면? 환자가 줄어듭니다.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압박 2: 병원의 금전 요구

더 심각한 것은 병원의 홍보비 명목 지원금 요구입니다.

일부 병원들이 주변 약국에 "우리 병원 환자들이 당신 약국을 많이 이용하잖아요? 홍보비를 좀 지원해주시죠"라고 요구합니다. 사실상 상납입니다.

약사 입장에서는? 거부하고 싶지만, 할 수 없습니다. 거부하면 병원이 환자들에게 "저 약국 말고 다른 약국 가세요"라고 유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지불합니다. 월 수십만 원, 때로는 수백만 원. 이것은 수익을 크게 깎아먹습니다. 그리고 불법입니다. 하지만 신고하면? 보복이 두렵습니다. 참고 견딥니다.

생존을 위한 노력

약국 운영을 하는 와중에도 약국 리모델링, 인테리어를 새로 해 가정용 의료기기와 건기식 상품을 구비해두며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을 만큼 고민이 컸습니다.

약사들은 약만으로는 수익이 부족하다는 것을 압니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약국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진이 줄었습니다.

따라서 다른 수익원을 찾습니다. 가정용 의료기기(혈압계, 혈당계, 체온계),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약국이 편의점처럼 변합니다.

그리고 리모델링에 투자합니다. 밝고 깨끗하게, 현대적으로 꾸며서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경쟁 약국보다 더 좋아 보이게 만듭니다.

이 모든 것이 비용입니다. 인테리어에 수천만 원, 재고에 수백만 원. 약사는 빚을 내면서도 투자합니다. 생존을 위해.


세대별 불만: 기존 세대 vs 젊은 세대

💡 핵심: 기존 세대의 약사들은 약국 경쟁과 의사들의 요구에 지쳐있었고, 젊은 세대의 약사들은 열심히 노력한 20대의 보상과 명예가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것에 화가 나 있었습니다.

최근 의약품 배달 이슈 또한 이 관점에서 보면 약사들의 분노 지점도 알 것 같습니다.

기존 세대: 피로와 좌절

40~60대 약사들. 이들은 의약분업(2000년) 전후를 경험했습니다. 과거에는 약국이 안정적이고 수익성 좋은 직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약국 경쟁:

과거에는 동네에 약국이 몇 개 없었습니다. 독점적 위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병원 주변에 약국이 즐비합니다. 5~10m마다 약국이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환자 한 명 한 명이 소중합니다.

의사들의 요구:

의약분업 이후, 의사와 약사가 분리되었지만, 권력 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여전히 강자이고, 약사는 약자입니다. 의사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상품명 처방, 홍보비 요구, 특정 약국 유도. 부당하지만 참아야 합니다.

기존 세대 약사들은 이것에 지쳤습니다. "이게 내가 꿈꾸던 약사의 삶인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존중받지 못하는 전문가는 의미가 있나?". 피로와 좌절이 쌓입니다.

젊은 세대: 분노와 배신감

20~30대 약사들. 이들은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분노입니다.

약대에 들어가기 위해 엄청나게 공부했습니다. 높은 입학 컷, 6년 교육, 국가고시. 청춘을 바쳤습니다. "약사가 되면 보상받겠지", "전문가로 존중받겠지", "떳떳하게 일하겠지".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열심히 노력한 20대의 보상과 명예가 달콤하지 않습니다.

보상:

생각보다 수익이 적습니다. 약국을 인수하려면 수억 원이 필요하고, 대출 이자를 갚으면 남는 게 없습니다. 체인 약국에 고용되면? 월급은 적고, 야근은 많으며, 고용 불안정입니다.

명예:

존중받지 못합니다. 의사에게는 눈치를 보고, 환자에게는 단순 판매원 취급받으며, 사회에서는 "편한 직업", "약 파는 사람" 정도로 인식됩니다.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이 무너집니다.

젊은 약사들은 화가 납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해?", "공부 많이 한 게 무슨 소용이야?", "이건 부당해!". 분노와 배신감입니다.


의약품 배달 논란: 분노의 폭발

💡 핵심: 최근 의약품 배달 이슈 또한 이 관점에서 보면 약사들의 분노 지점도 알 것 같으며, 이것은 생존권 문제로 인식됩니다.

의약품 배달의 위협

2020년 COVID-19로 비대면이 확산되면서, 의약품 배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부는 "환자 편의를 위해 의약품 배달을 허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격리 중인 환자, 바쁜 직장인. 이들에게 배달은 편리합니다.

하지만 약사들은 강력하게 반대했습니다. 왜?

생존권 위협:

대형 온라인 약국(쿠팡, 네이버)이 생겨 배달 시장을 장악하면, 동네 약국은 경쟁할 수 없습니다. 가격, 속도, 편의성. 모든 면에서 밀립니다. 환자가 줄고, 수익이 감소하며, 폐업으로 이어집니다.

복약 지도 부실:

약사의 중요한 역할은 복약 지도입니다. 약을 어떻게 먹을지,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다른 약과 상호작용은 없는지. 대면으로 설명하고 확인합니다. 하지만 배달은? 약만 배송됩니다. 설명은 종이쪽지나 전화로 대체됩니다. 부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불법 유통 우려:

배달 과정에서 약이 변질되거나, 잘못 전달되거나, 제3자에게 넘어갈 위험이 있습니다. 안전성이 떨어집니다.

진짜 이유: 누적된 불만

하지만 진짜 이유는 더 깊습니다. 의약품 배달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약사들은 참아왔습니다. 의사의 횡포, 병원의 금전 요구, 치열한 경쟁, 낮은 수익, 사회적 무시. 모든 것을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정부가 "의약품 배달을 허용하겠다"고 합니다. 약사들에게는 마지막 남은 것마저 빼앗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동안 우리가 겪은 것은 신경도 안 쓰면서, 이제 우리 밥그릇까지 빼앗으려고?", "약사는 그냥 없어져도 되는 존재야?",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라 그냥 물건 파는 사람이야?"

의약품 배달 이슈 또한 이 관점에서 보면 약사들의 분노 지점도 알 것 같습니다. 단순히 배달의 찬반이 아닙니다. 존재의 의미, 생존의 위협, 누적된 불만의 폭발입니다.


시스템의 고착: 모두가 불만, 아무도 양보 안 함

💡 핵심: 정부-의사-약사-산업계 모두가 물러서지 않고 불만만 얘기하는 상황에서, 타협과 협의가 안 되니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지도 못하고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국내와 이 산업의 최대 챌린지입니다.

각자의 입장

정부: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 편의를 개선하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원격 진료, 의약품 배달, 의료 데이터 활용. 이것들이 미래다."

의사:

"원격 진료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 대면 진료가 원칙이다. 그리고 우리의 전문성과 권한을 존중하라. 정부가 함부로 의료에 개입하지 마라."

약사:

"우리는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 의약품 배달은 동네 약국을 죽인다. 그리고 의사들의 횡포를 막아달라. 우리도 전문가로 존중받고 싶다."

산업계 (제약사, IT 기업):

"규제를 풀어달라. 혁신할 수 있게 해달라. 해외 기업들은 빠르게 나아가는데, 한국만 제자리다. 기회를 달라."

모두가 자기 입장만 주장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은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타협의 부재

타협과 협의가 안 됩니다. 왜?

제로섬 게임:

모두가 파이를 나누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얻으면 내가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양보할 수 없습니다.

신뢰 부족:

서로를 믿지 않습니다. "저들은 자기 이익만 챙긴다", "우리를 속이려고 한다". 불신이 깊습니다.

정치화:

의료 이슈가 정치화됩니다. 진보 vs 보수, 정부 vs 의사, 기득권 vs 혁신. 이분법적으로 나뉩니다. 중간 지대가 없습니다.

단기 사고:

모두가 당장의 이익만 생각합니다. 장기적 발전, 전체 생태계의 건강. 이런 것은 뒷전입니다.

고착된 시스템

결과는?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지도 못하고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의약분업의 문제점(과도한 경쟁, 권력 불균형, 수익성 저하), 원격 진료의 필요성, 의약품 배달의 현실, 의료 데이터 활용. 모두가 문제를 알지만, 해결하지 못합니다.

왜? 합의를 못 하니까.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는데, 아무도 양보하지 않으니까.

그 사이에 환자만 불편하고, 산업은 정체되며, 한국 의료 문화는 뒤처집니다.

최대 챌린지

지금 국내와 이 산업의 최대 챌린지입니다.

기술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돈도 있습니다. 인재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막혀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대립하고, 정부는 중재하지 못하며, 시간만 흘러갑니다.

이것을 풀지 못하면, 한국 의료 문화와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마치며: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 한다

💡 핵심: 의사-약사의 왜곡된 권력 구조, 누적된 불만, 타협의 부재가 한국 의료 시스템 개혁을 막고 있으며,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첫 양보를 해야 합니다.

약사의 사과가 상징하는 것

병원 원장에게 사과한 약사. 이 사건은 상징적입니다. 약사가 의사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것. 대등한 전문가가 아니라, 을의 위치라는 것. 그리고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구조가 있다는 것.

이것은 건강하지 않습니다. 환자에게도, 의료 시스템에도, 사회에도.

변화의 필요성

변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기득권은 포기하기 어렵고, 새로운 시스템은 불확실하며,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모두가 손해입니다. 시스템이 고착되고, 산업이 정체되며, 환자가 피해를 보고, 미래 세대가 짐을 집니다.

누가 먼저 양보할 것인가?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 합니다. 첫 양보를 해야 합니다. "내가 한 발 물러설게. 대신 함께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자."

정부가? 의사가? 약사가? 산업계가? 누가 먼저 손을 내밀까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필요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 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 MBC 뉴스, "약국 운영 문제로 병원 원장에게 사과한 약사, 무슨 일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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