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길을 묻다: 서울대학교병원 안내 서비스 디자인

하루 평균 1만 1천여 명의 외래환자가 이용하는 서울대학교병원은 늘 혼잡합니다. 종합병원의 특성상 넓은 공간에 여러 진료 센터가 모여 있다 보니, 병원 이용 빈도가 잦은 노약자는 물론이고 일반 방문객들 역시 원하는 진료나 검사를 받기 위해 길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 힘이 듭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환자의 전체 진료 경험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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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2, 2021
병원에서 길을 묻다: 서울대학교병원 안내 서비스 디자인

들어가며

하루 평균 1만 1천여 명의 외래환자가 이용하는 서울대학교병원은 늘 혼잡합니다. 종합병원의 특성상 넓은 공간에 여러 진료 센터가 모여 있다 보니, 병원 이용 빈도가 잦은 노약자는 물론이고 일반 방문객들 역시 원하는 진료나 검사를 받기 위해 길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 힘이 듭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환자의 전체 진료 경험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병원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낭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미 질병으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환자에게, 복잡한 병원 구조를 헤매는 것은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진료 시간에 늦을까 봐 조바심을 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며, 낯선 의료 용어들로 가득한 안내판 앞에서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병원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을 형성하게 됩니다.


환자 여정의 복잡성: 한 장소가 아닌 여러 장소를 거치는 진료

💡 핵심: 환자의 진료 과정은 대부분 여러 장소를 거치며 진행되므로, 각 단계마다 명확하고 일관된 길 안내 정보가 필수적입니다. 길 안내는 단순한 편의가 아닌 진료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환자의 진료 과정을 따라가 보면 그 복잡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접수를 하고, 채혈실에서 피를 뽑고, 방사선과에서 X-ray를 찍고, 다시 진료실로 돌아가 결과를 듣고, 처방전을 받아 원내 약국으로 가는 이 모든 과정이 서로 다른 층, 서로 다른 건물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각 단계는 의료진의 관점에서는 독립적인 절차이지만, 환자의 관점에서는 하나의 연결된 여정입니다.

한 단계의 진료 과정이 마무리되면 환자는 간호사에게 다음 진료에 관해 안내받고, 길목에 설치되어 있는 길 안내 사이니지의 도움을 받아 다음 진료 장소를 찾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단절이 발생하면 환자는 길을 잃게 됩니다. 간호사가 구두로 설명한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사이니지의 표현이 간호사가 사용한 용어와 달라서 헷갈리거나, 사이니지 자체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길 안내 정보가 환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설계의 문제입니다. 의료진이 사용하는 용어와 환자가 이해하는 용어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하고, 구두 안내와 시각적 안내가 일관성을 가져야 하며, 환자의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야 합니다. 노약자는 시력이 약하고 보행 속도가 느리므로, 글자 크기가 크고 명확하며 자주 반복되는 안내가 필요합니다. 응급 환자나 통증이 심한 환자는 복잡한 안내문을 읽고 이해할 여력이 없으므로, 최소한의 정보로 최단 경로를 안내받아야 합니다. 외국인 환자는 다국어 지원이 필요하고, 장애를 가진 환자는 접근성을 고려한 별도의 동선이 필요합니다.

환자가 병원에서 경험하는 모든 과정은 곧 병원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의료진의 전문성이나 치료 결과만큼이나, 병원을 방문하는 순간부터 퇴원하는 순간까지의 전체 경험이 환자 만족도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 경험의 상당 부분은 "길을 잘 찾을 수 있었는가"에서 시작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도, 환자가 길을 헤매며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그 경험은 부정적으로 남게 됩니다.


디지털 전환의 본질: 오프라인 이상의 가치 창출

💡 핵심: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오프라인 경험을 단순히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를 더하는 것입니다. 서울대병원의 안내 서비스 디자인은 이러한 디지털 전환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훌륭하게 성공시키려면, 오프라인 경험과 동일한 경험을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것 이상의 더하기 알파가 필요합니다. 많은 조직들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면서 이 점을 간과합니다. 그들은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이 안내판을 디지털 사이니지로 바꾸고, 안내 데스크의 직원을 챗봇으로 대체하면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그 이상입니다. 디지털은 단순한 매체의 변화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실시간 위치 추적을 통해 환자의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의 최적 경로를 계산할 수 있고, 환자의 진료 일정과 연동하여 다음에 가야 할 곳을 자동으로 안내할 수 있으며,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덜 붐비는 경로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증강현실을 활용하면 복잡한 병원 구조를 3차원으로 시각화하여 직관적인 안내를 제공할 수 있고, 음성 안내를 통해 시각 장애인이나 고령자에게 더 나은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더하기 알파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했던 개인화, 실시간성, 상황 인식, 접근성이 디지털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서울대병원의 안내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시도입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진료 과정은 국내 중증질환자들과 대부분의 병원에서 설계하는 오프라인 의료 경험의 기준이 됩니다. 서울대병원은 단순히 하나의 병원이 아니라, 한국 의료 시스템의 벤치마크입니다. 이곳에서 개발되고 검증된 안내 시스템은 다른 병원들이 참고하는 표준이 됩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의 의의는 서울대병원 한 곳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한국 병원 전체의 환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 데 있습니다.


온라인 환자 경험 설계의 난제

💡 핵심: 상급종합병원의 복잡한 오프라인 경험을 기준으로 삼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온라인에서 동등하거나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깊은 사용자 이해와 혁신적인 UX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준을 가진 환자와 공급자를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환자 진료 과정 또는 안내를 어떻게 훌륭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서비스할까? 디자인할까(UX)?'라는 고민과 질문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오프라인 병원에서 환자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수많은 단서를 얻습니다. 사람들의 흐름을 보고 어디가 붐비는지 알 수 있고, 간호사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으며, 다른 환자들과 대화하면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길을 잃으면 주변을 둘러보며 랜드마크를 찾고, 익숙한 장소를 발견하면 그것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납니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것들이 사라집니다. 화면 속에는 오직 정보만 있습니다. 실시간 맥락도, 물리적 단서도, 사회적 상호작용도 제한적입니다. 사용자는 오직 앱이나 웹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 정보가 얼마나 명확하고, 적절하고, 시기적절하게 제공되는가가 결정적으로 중요해집니다.

더 어려운 점은 사용자의 다양성입니다. 20대 젊은이와 80대 노인이 같은 시스템을 사용해야 합니다. 기술에 능숙한 사람과 스마트폰 조작도 서툰 사람이 같은 인터페이스를 마주해야 합니다. 한국어에 능숙한 사람과 외국인이 같은 정보를 이해해야 합니다. 건강한 사람과 시각 장애나 인지 장애를 가진 사람이 같은 접근성을 누려야 합니다. 하나의 디자인으로 이 모든 다양성을 포괄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난제들에 대한 퍼즐 조각 하나를 찾은 기분이 드는 시도입니다.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할지라도,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실험적인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정보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개인화와 표준화를 어떻게 균형 잡을 것인가, 단순함과 포괄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가능한 답을 보여줍니다.


안내 서비스가 만드는 치료 경험

💡 핵심: 병원 안내 서비스는 단순한 편의 시설이 아니라,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료 서비스의 일부입니다.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더 나은 치료 결과로 이어집니다.

병원 안내 서비스를 단순히 "길 찾기"의 문제로만 보면 그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이것은 환자의 전체 치료 경험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안내 서비스는 계속해서 환자의 경험을 형성합니다.

잘 설계된 안내 서비스는 환자의 불안을 줄여줍니다.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때, 환자는 안심합니다. 반대로 길을 잃고 헤맬 때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환자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미 질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환자에게, 추가적인 심리적 부담은 치료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안내 서비스는 진료의 효율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환자가 제시간에 정확한 장소에 도착할 때, 의료진은 계획된 일정대로 진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환자가 길을 잃어 늦게 도착하면, 전체 진료 일정이 지연되고 다른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병원 전체의 운영 효율성과 직결됩니다.

접근성의 관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장애를 가진 환자, 고령 환자, 언어가 서툰 외국인 환자에게 안내 서비스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의료 기술이 있어도, 환자가 그것에 접근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안내 서비스는 의료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서울대병원의 안내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는 이러한 다층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단순히 길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서 환자의 전체 여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는 기술과 디자인이 의료와 만나 더 나은 치료 경험을 만들어내는 좋은 사례입니다.


마치며: 헬스케어 공간 경험의 미래

💡 핵심: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경험이 통합되는 미래의 헬스케어에서, 환자 중심의 안내 서비스 디자인은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편의를 넘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의료 서비스의 일부입니다.

병원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전문화된 센터들이 늘어나고, 다양한 진단 및 치료 장비들이 추가되며, 환자의 동선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동시에 환자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를 병원에서도 기대합니다.

서울대병원의 안내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는 이러한 도전에 대한 하나의 응답입니다. 복잡한 물리적 공간과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 그리고 다양한 환자의 니즈를 통합하여, 더 나은 헬스케어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은 단순히 서울대병원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의료 기관이 직면한 과제이며,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주제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통찰과 해법들이 더 많은 병원으로 확산되어, 결국 모든 환자가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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