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Therapeutics: 제품도 없이 1억 5천만 달러? 디지털 치료제의 야심과 현실
들어가며
"약 대신 소프트웨어로 병을 치료한다." 이것은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가 내세우는 혁명적인 약속입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당뇨병을 관리하고, 알고리즘으로 고혈압을 낮추며, 행동 변화를 통해 만성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비전은 매력적입니다.
Better Therapeutics는 바로 이 비전을 가장 야심차게 추구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21년 하반기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을 통해 1억 5천만 달러의 밸류에이션으로 상장을 준비했습니다. 그들의 키워드는 "Next generation Therapeutics: Using Software Instead of Drugs"입니다.
하지만 여기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아직 승인된 제품도 없고, 매출도 없으며, 심지어 주요 임상조차 완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제품도 매출도 없는 기업이 1억 5천만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상장한다는 것, 그것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말입니다.
이것은 2021년 SPAC 버블의 상징적 사례일까요? 아니면 미래를 내다본 선견지명일까요? Better Therapeutics의 전략, 파이프라인, 그리고 그들이 직면한 현실적 도전을 살펴보겠습니다.
Better Therapeutics: 심장 대사질환이라는 큰 그림
💡 핵심: Better Therapeutics는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이 심장 대사질환에 있다고 보고, 제2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을 타겟으로 하는 디지털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Better Therapeutics는 2015년에 설립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 회사입니다. 2021년 하반기 SPAC 상장 예정(Value $150M)이며, 그들의 키워드는 "Next generation Therapeutics: Using Software Instead of Drugs"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키워드에는 의문이 따릅니다. "(미래엔 더 강력한 gene-based drug가 나올 텐데..)" 유전자 치료, 정밀 의학, 세포 치료 등 생명공학의 발전을 고려하면, "약 대신 소프트웨어"라는 포지셔닝이 과연 장기적으로 유효할까요? 아니면 소프트웨어와 약물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까요?
Better Therapeutics는 시장 기회와 문제를 심장 대사질환(Cardiometabolic) 중심으로 바라봅니다. 그들의 핵심 논리는 이렇습니다: 만성질환의 해결이 심장 대사질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디지털 치료제 파이프라인으로 만성질환 3종을 갖추고 있습니다.
거대한 시장: 연간 1,000억 달러
Better Therapeutics의 DTx 파이프라인은 주요 만성질환인 제2형 당뇨병(Type 2 Diabetes), 고혈압(Hypertension), 고지혈증(Hyperlipidemia) 3가지입니다. 위 3가지 질환(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Drug)이 연간 1,000억 달러가 소비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연간 1,000억 달러는 한국의 1년 국방 예산보다 많고, 네이버와 카카오를 합친 시가총액보다 큽니다. 이 돈이 매년, 오직 이 세 가지 질환의 약물 치료에만 쓰입니다.
왜 이렇게 클까요? 환자 수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제2형 당뇨병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4억 명 이상이고, 미국에서만 3,700만 명입니다. 고혈압은 더 많아서 미국 성인의 거의 절반인 1억 명 이상입니다. 고지혈증도 비슷한 규모입니다. 그리고 이 질환들은 종종 동시에 발생합니다(대사증후군).
더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평생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당뇨병에 걸리면 평생 약을 먹습니다. 고혈압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치가 아니라 관리입니다. 따라서 환자 한 명당 수십 년간 약값을 지불합니다. 제약사에게는 꿈같은 시장이고, 의료 시스템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입니다.
핵심 인사이트: 약은 증상만 관리한다
하지만 약물은 질환이 주는 영향에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나쁜 식단, 앉아서 생활하는 방식, 스트레스, 부족한 수면, 술, 담배 이런 것들이 문제의 원인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Better Therapeutics입니다.
이것은 설득력 있는 논리입니다. 메트포르민(당뇨약)을 먹으면 혈당이 내려가지만, 당뇨의 근본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 과체중, 나쁜 식습관은 그대로입니다. 약을 끊으면 다시 악화됩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합니다. 약물은 증상을 억제할 뿐, 질병을 치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활습관을 바꾸면 어떨까요? 체중을 줄이고, 건강하게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혈당이 정상화되고, 혈압이 내려가며, 콜레스테롤이 개선됩니다.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치료에 가까워집니다.
이것은 의사들도 알고 있습니다. 당뇨 환자에게 "체중 감량하고 운동하세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환자가 실천하지 못합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행동 변화는 극도로 어렵습니다. 수십 년간 형성된 습관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노력"만으로는 안 됩니다.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솔루션: 인지행동치료 기반 소프트웨어
💡 핵심: Better Therapeutics는 개인별 맞춤 인지행동치료(CBT)를 통해 환자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켜, 허리둘레, 공복 혈당, 수축기 혈압 등 수치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개인별 맞춤 인지행동치료 CBT(Cognitive Behavioral Therapy)를 시간당 100달러 정도에 8~20 세션 제공하여, 허리둘레, 공복 혈당, 수축기 혈압 등 수치를 개선해 준다고 합니다.
인지행동치료(CBT)란?
인지행동치료(CBT)는 심리학에서 가장 잘 확립되고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 중 하나입니다. 기본 원리는 이렇습니다: 우리의 생각(인지)이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잘못된 생각 패턴을 바꾸면, 감정과 행동도 바뀝니다.
예를 들어, "나는 의지가 약해서 다이어트를 절대 못 해"라는 생각은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됩니다. 이 생각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조금만 어려워도 "역시 난 안 돼"라며 포기합니다. CBT는 이런 생각을 "나는 과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적절한 전략과 지원이 있다면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어"로 바꿉니다.
CBT는 우울증, 불안장애, 중독, PTSD 등에 효과가 입증되어 있습니다. Better Therapeutics는 이것을 만성질환 관리에 적용합니다. 흥연, 과식, 운동 회피 등도 결국 행동의 문제이고, 행동은 생각에서 나오므로, CBT로 바꿀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Neuroscience CBT: 마케팅인가 실체인가?
재미있는 것은, 기술 소개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생각과 신념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칭하여 "Neuroscience CBT"라고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영리한 마케팅입니다. "앱"이 아니라 "신경과학 기반 인지행동치료"라고 하면 훨씬 의학적이고 진지하게 들립니다. 투자자, 규제 기관, 의사, 환자 모두에게 더 신뢰감을 줍니다.
하지만 "Neuroscience"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뇌 영상을 찍나요? 뇌파를 측정하나요? 신경전달물질을 분석하나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CBT"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나쁘지 않지만, "Neuroscience"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략 프레임워크
그래서 환자의 행동을 변화시켜 심장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수치 개선 → 심장 대사질환 근본 원인 치료 = 심장 대사질환 치료"라는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몇 가지 도약이 있습니다:
수치 개선 = 근본 원인 치료?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면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 원인"을 치료한 것일까요? 아니면 단지 증상이 개선된 것일까요? 만약 환자가 앱 사용을 중단하면 다시 악화될까요? 그렇다면 약과 무엇이 다를까요?
심장 대사질환의 "치료"? 의학에서 "치료(cure)"와 "관리(management)"는 다릅니다. 당뇨병, 고혈압은 대부분 완치되지 않고 평생 관리합니다. Better Therapeutics가 제공하는 것은 "치료"일까요, "관리"일까요?
소프트웨어만으로 충분한가? 생활습관 변화는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사회경제적 요인 등도 영향을 미칩니다. 소프트웨어만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현황: 오직 BT-001뿐, 아직 임상도 진행 중
💡 핵심: Better Therapeutics는 제2형 당뇨병 치료 파이프라인인 BT-001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2022년 1분기에 임상이 끝나고 2분기에 FDA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아직 제품도 매출도 없습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제2형 당뇨병 치료 파이프라인인 BT-001밖에 없으며, FDA 승인을 위한 임상이 22.1Q에 끝날 예정이고, 22.2Q FDA 제출 계획입니다.
이것은 놀라운 사실입니다. SPAC 상장으로 1억 5천만 달러 밸류에이션을 받으려는 회사가, 아직 승인된 제품이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주요 임상도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파이프라인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입니다. 슬라이드에 있는 그림일 뿐입니다.
모든 것이 BT-001의 성공에 달려 있습니다. 이 임상이 실패하면? 이 회사의 가치는 사라집니다. 임상이 성공해도 FDA 승인을 못 받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은 극도로 높은 리스크입니다.
타겟: 골든 윈도우를 노린다
전략으로는 제2형 당뇨병 진단 후 인슐린 처방받기 전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TAM 400억 달러 시장에 침투하여 기존 의료 시스템에 통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모든 DTx의 바람...).
이 타겟팅은 영리합니다. 제2형 당뇨병의 전형적인 진행 과정은 이렇습니다:
초기 진단: 혈당이 높게 나옵니다. 의사는 "생활습관을 개선하세요"라고 말하고, 메트포르민 같은 경구 약을 처방합니다.
중기: 경구 약만으로는 혈당 조절이 안 됩니다. 약을 추가하거나 용량을 늘립니다.
후기: 경구 약으로도 안 되면, 인슐린 주사를 시작합니다.
Better Therapeutics는 1단계와 2단계 사이를 타겟합니다. 막 진단받은 환자는:
아직 약에 깊이 의존하지 않습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관리할 의지가 높습니다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높습니다
"자연스러운" 치료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인슐린을 맞기 시작하면, 생활습관 개선은 뒷전이 되고 약에 의존하게 됩니다. 또한 인슐린을 맞는 환자는 이미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므로,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골든 윈도우"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윈도우가 얼마나 클까요? 그리고 이 환자들이 정말 디지털 치료제를 받아들일까요? "앱"보다는 "약"이 더 익숙하고 신뢰할 수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재무 전망: 너무 낙관적인 하키 스틱
💡 핵심: Better Therapeutics는 2023년 700만 달러에서 2027년 25억 달러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것은 극단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으로 보입니다.
Financial Forecast로 2022년까지 매출 0달러, 23년 700만 달러(23.1Q FDA 승인 목표), 24년 8,800만 달러, 27년에는 25억 달러를 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숫자들을 시각화해보겠습니다:
2022년: $0
2023년: $7M (승인 첫해)
2024년: $88M (12.6배 증가)
2027년: $2,500M (28.4배 증가)
이것은 전형적인 "하키 스틱" 성장 곡선입니다. 처음에는 평평하다가, 어느 순간 급격히 치솟습니다. 스타트업 피칭 덱에서 흔히 보는 그래프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비교: 다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
이 전망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이해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보겠습니다:
Pear Therapeutics: 최초의 FDA 승인 디지털 치료제(reSET, 약물 중독 치료)를 2017년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매출 성장은 매우 더뎠습니다. 2020년 매출은 약 2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승인 3년 후에도 연 200만 달러입니다. Better Therapeutics의 "승인 첫해 700만 달러"보다 훨씬 낮습니다.
Livongo: 당뇨병 관리 디지털 헬스 기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19년 IPO 당시 연 매출은 약 1억 7천만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8년간의 성장 결과였고, FDA 승인 없이 B2B 모델로 달성한 것입니다.
Omada Health: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으로 FDA 승인 없이 성장했습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연 매출 수억 달러 규모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흑자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Better Therapeutics의 "27년 25억 달러"는 이 모든 기업의 성과를 압도합니다. 정말 가능할까요?
문제점: 현실을 무시한 가정
이 전망이 달성되려면:
FDA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불확실)
보험 수가를 받아야 합니다 (매우 어려움)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처방해야 합니다 (시간 소요)
환자들이 높은 순응도로 사용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낮음)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아야 합니다 (불가능)
파이프라인의 다른 제품들도 성공해야 합니다 (아직 존재하지도 않음)
이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전체 계획이 무너집니다.
충격: 제품도 매출도 없는데 1억 5천만 달러?
💡 핵심: 아직 제품과 매출도 없는 기업이 SPAC 상장을 한다는 것은 2021년 SPAC 버블의 전형적 사례이며, 극도로 높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품과 매출도 없는 기업이 SPAC 상장을 한다는 것과, 분야가 디지털 치료제라는 것이 놀랍습니다(Pear Therapeutics처럼 인지도도 높지 않은데).
SPAC 버블의 전형
이것은 2020 ~ 2021년 SPAC 열풍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백지 수표 회사"로, 먼저 상장한 후 인수 대상을 찾습니다. 전통적인 IPO보다 빠르고 쉽게 상장할 수 있어, 2020 ~ 2021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많은 SPAC이 검증되지 않은 초기 단계 기업들을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 상장시켰다는 것입니다. 전기차, 우주, 핀테크, 그리고 헬스케어 분야에서 "미래의 가능성"만으로 수억~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매겼습니다.
Better Therapeutics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들이 파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비전입니다:
"거대한 시장"
"혁신적인 기술"
"소프트웨어가 약을 대체한다"
"27년에 25억 달러 매출"
투자자들은 미래의 가능성에 베팅합니다. 하지만 위험은 엄청납니다:
임상이 실패하면? → 가치 제로
FDA 승인을 못 받으면? → 가치 제로
승인받아도 의사/환자가 채택하지 않으면? → 가치 근접 제로
매출 성장이 예상보다 느리면? → 주가 폭락
인지도의 부재
글쓴이가 지적하듯이, Better Therapeutics는 Pear Therapeutics처럼 인지도도 높지 않습니다. Pear는 최초의 FDA 승인 디지털 치료제라는 타이틀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Better는? 업계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인지도가 낮다는 것은:
의사들이 모릅니다 → 처방하지 않습니다
환자들이 모릅니다 → 요구하지 않습니다
보험사들이 모릅니다 → 수가 협상이 어렵습니다
파트너들이 모릅니다 → 제휴가 어렵습니다
인지도를 높이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SPAC 자금에서? 그렇다면 그 돈은 제품 개발이나 임상에 쓸 수 없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3단계: D2C, OTC, Rx
💡 핵심: 디지털 헬스케어는 D2C(웰니스), OTC(임상 데이터 보유), Rx(DTx, FDA 승인)로 구분되며, Rx가 가장 강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유사한 서비스 또는 제품들을 많이 알고 계시거나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Noom, Bluestar, Glooko, Livongo 등. 차이는 얼마나 더 진지하게 의료 영역에 발 딛는가? FDA 승인을 목표로 하는가? 인 것 같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은 D2C, OTC, Rx 위 3개를 구분하여 제품을 포지셔닝, 개발하고 있습니다. Better Therapeutics를 이해하려면, 이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D2C (Direct to Consumer): 빠르지만 가볍다
D2C는 Headspace, Calm 같은 웰니스 제품들입니다.
특징:
의료기기가 아니라 "웰니스 앱"
규제가 거의 없음
누구나 다운로드 가능
구독 모델
마케팅과 UX가 핵심
장점:
빠른 시장 진입
규제 비용 제로
글로벌 확장 용이
Calm은 수백만 구독자, 수억 달러 매출
단점:
보험 수가 불가
의사 처방 없음
"진짜 치료"로 인정 안 됨
경쟁 치열, 이탈률 높음
Better Therapeutics는 이 경로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더 큰 야심이 있습니다.
OTC (Over The Counter): 중간 지대
OTC는 Livongo, Noom 같은, FDA 승인은 받지 않았지만 clinical data를 보유하고 outcome data를 보여줄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특징:
"의학적 근거"를 주장하지만 FDA 승인은 아님
임상 연구 수행, 논문 발표
주로 B2B 모델 (고용주, 보험사에 판매)
"웰니스"와 "의료" 사이
장점:
규제 부담이 Rx보다 적음
의학적 신뢰도 확보
Livongo는 Teladoc에 185억 달러에 인수됨
단점:
공식 보험 수가 어려움
의사의 처방 없음
"진짜 치료제"는 아님
Better Therapeutics는 이것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최고봉을 향합니다.
Rx (Prescription): 성배이지만 험난하다
Rx(DTx)는 대표적으로 Pear Therapeutics, AKILI, Better Therapeutics 같이 FDA 허가를 받기 위해 요구하는 임상을 시행하고 데이터를 만들어 수가(처방)를 받기를 희망하는 제품들입니다.
언뜻 Rx가 제일 강력하고, 승인만 받으면 돈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Better Therapeutics가 선택한 길은 가장 어려운 길입니다.
Rx(DTx)의 현실: 왜 이렇게 어려운가?
💡 핵심: FDA 510(k)는 불가능하고 De novo로 가야 하며, 임상 비용, 로비 비용이 막대합니다. 승인 후에도 의사 채택, 보험 수가, 환자 순응도, 마케팅 비용 등 수많은 장애물이 있습니다.
FDA 510k를 탈 수 있는 제품군도 없을뿐더러, De novo 승인 과정에서 들이는 임상과 로비스트 비용, 승인 이후 마케팅 비용은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510(k)의 불가능
FDA 510(k)는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 Equivalence)"을 입증하는 경로입니다. "우리 제품은 이미 승인된 저 제품과 거의 같습니다"라고 보여주면, 비교적 쉽게 승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새로운" 종류입니다. 비교할 기존 제품이 없습니다. "우리 앱은 메트포르민과 같습니다"? 말이 안 됩니다. 따라서 510(k)는 불가능하고, De novo 경로를 가야 합니다.
De novo: 개척자의 부담
De novo는 "처음부터"라는 뜻으로, 전혀 새로운 저위험~중위험 의료기기를 위한 경로입니다.
문제점:
FDA도 처음이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음
어떤 임상이 필요한지 협의 필요
안전성과 효능을 어떻게 평가할지 불명확
소프트웨어는 업데이트되는데 어떻게 규제할지 고민
첫 승인은 특히 어렵고 오래 걸림
임상의 부담
임상 연구는 엄청난 비용입니다:
수백 명의 환자 모집: 수천만~수억 원
몇 개월~몇 년간 추적: 인건비, 운영비
CRO (임상시험수탁기관) 비용
통계 분석, 논문 작성
예상치 못한 문제 해결
또한 임상 설계 자체가 어렵습니다:
대조군을 어떻게? 가짜 앱? 표준 치료? 아무것도 안 함?
맹검을 어떻게? 환자는 자기가 앱 쓰는지 알 수밖에 없음
효과를 어떻게 측정? 혈당 수치? 체중? 삶의 질? 약 복용량 감소?
얼마나 오래 추적? 3개월? 6개월? 1년?
로비의 필요성
규제 전문가 고용:
FDA 규제 컨설턴트: 연 수십만 달러
로비스트: 사전 회의 주선, 관계 구축
법률 자문: 서류 검토, 전략 수립
승인 후의 진짜 전쟁
승인받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제 팔아야 합니다.
의사 채택:
의사들은 보수적: 새로운 것에 회의적
"앱을 처방한다"는 개념 자체가 낯섦
교육이 필요: 어떻게 사용? 누구에게? 언제?
시간 소요: 의사 한 명 한 명 설득해야 함
보험 수가:
보험사 설득 필요: "비용 대비 효과적"임을 입증
별도의 경제성 연구 필요
협상 과정: 몇 년 소요 가능
수가 없으면 환자가 직접 부담 → 높은 가격 저항
환자 순응도:
디지털 치료제의 아킬레스건
약은 먹기만 하면 됨
앱은 능동적 참여 필요: 매일 열기, 교육 받기, 과제 하기, 기록하기
며칠 후 포기율 높음
순응도 낮으면 효과 없음 → 의사들이 처방 중단
마케팅 비용:
의사, 보험사, 환자 모두에게 인지도 확보
전통 제약사: 약 하나 출시에 수억~수십억 달러 마케팅
스타트업이 어떻게 감당?
Better Therapeutics의 10억 달러로 충분한가?
그래서 Better Therapeutics가 10억 달러를 SPAC을 통해 조달한다고 해도,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 될지 의문입니다.
10억 달러 분해:
임상: $50M~$100M
규제 및 법률: $10M~$20M
제품 개발 및 개선: $50M~$100M
마케팅 및 영업: $200M~$500M
회사 운영 (인건비, 사무실 등): $100M~$200M/년
예비비 및 추가 파이프라인: $200M+
만약 매출이 예상보다 느리면? 현금 소진 속도는 치명적입니다.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주가가 떨어져 있으면 희석이 심합니다.
마치며: 야심은 크지만 실행은 더 어렵다
💡 핵심: Better Therapeutics는 디지털 치료제의 야심찬 비전을 제시하지만, 제품도 없고 임상도 진행 중인 상태에서 SPAC 상장은 극도로 높은 리스크를 내포합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들의 실질적 성과가 중요합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이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디 좋은 방향으로 결과를 만들어서 자본 시장과 DTx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나갔으면 좋겠습니다.
Better Therapeutics는 디지털 치료제의 가능성과 도전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들의 비전은 매력적입니다:
거대한 시장
근본 원인 해결
약 대신 소프트웨어
확장 가능한 모델
하지만 현실은 가혹합니다:
아직 제품도 없음
임상 결과 불확실
FDA 승인 여부 미지수
시장 채택 장벽 높음
재무 전망 과도하게 낙관적
경쟁 심화 예상
Better Therapeutics가 성공할까요? 솔직히 말하면,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들이 성공한다면, 디지털 치료제 산업 전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후속 기업들이 더 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규제를 통과하며,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투자자들이 떠나며, 전체 산업이 침체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Better Therapeutics의 성패는 단지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입니다.
우리는 지켜볼 것입니다. 2022년 1분기 임상 결과, 2분기 FDA 제출, 그리고 2023년 승인 여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승인 후 실제 매출과 채택률입니다. Better Therapeutics여, 야심만큼 실행도 보여주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Better Therapeutics SPAC 상장 자료
FDA De novo 승인 프로세스
Pear Therapeutics, Livongo, Omada Health 사례
디지털 치료제 산업 분석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