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헬스케어 슈퍼앱 후보, Halodoc 분석

인도네시아의 헬스케어 시장에서 2016년 등장한 스타트업 Halodoc은 단순한 원격진료 앱을 넘어, ‘의료 접근성의 불평등’을 기술로 해소하는 슈퍼앱 모델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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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30, 2021
인도네시아 헬스케어 슈퍼앱 후보, Halodoc 분석

들어가며

인도네시아의 헬스케어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라기보다, 사회적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구 2억 7천만 명이 넘는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이지만, 의료 인프라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0.4명 수준으로, OECD 평균인 3.5명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이 통계는 단순히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을 넘어, 국민들이 의료 서비스에 제때 접근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도시 지역에서는 진료 대기 시간이 길고, 지방으로 갈수록 의사 자체가 부족해 환자들이 병원에 가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업이 바로 Halodoc(할로닥)입니다.
Simplifying access to healthcare through technology”라는 미션 아래, Halodoc은 기술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의료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201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Halodoc의 시작과 성장

Halodoc은 처음부터 거대한 비전을 내세운 기업이라기보다, 의료 접근성의 현실적인 문제를 기술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출발한 회사로 보입니다.

2016년 설립 당시 Halodoc은 두 가지 주요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의료 전문가와의 온라인 상담(teleconsultation)이고,
다른 하나는 의약품 배송(pharmacy delivery)이었습니다.

이 두 서비스를 2017년에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면서 ‘Halodoc’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이후 8년 동안 Halodoc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의료 서비스의 첫 관문 역할을 하며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현재 Halodoc은 월평균 약 2,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약 8%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또한 7,600개 이상의 병의원과 약국, 2만 명 이상의 의사, 그리고 22개 보험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서비스 구성: 진료부터 투약까지의 연결 구조

Halodoc은 단순히 원격진료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의료 경험 전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Halodoc은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① 원격진료(Teleconsultation)

영상통화, 음성통화, 채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와 환자가 연결됩니다.
환자는 의사의 경력, 학력, 상담비용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평균 상담비는 약 1.7달러(10~15분) 수준으로, 오프라인 진료비(약 7달러)에 비해 매우 저렴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의료를 디지털화하는 수준을 넘어,
‘의료의 접근성을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② 홈 랩 테스트(Home Lab Test)

원격진료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는 ‘증상만으로는 진단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Halodoc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가 집에서 혈액 검사나 COVID-19 검사, 기본적인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홈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증상(symptom) + 진단(diagnostics)’을 기반으로 한 임상 판단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서비스는 단순 상담을 넘어 의료 데이터 기반의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③ 약국 및 배송 네트워크(Pharmacy Delivery)

Halodoc은 주요 약국들과 협력해 처방 후 1시간 이내 의약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료, 검사, 투약이 하나의 앱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로,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치료 과정을 완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의료 현실과 Halodoc의 역할

인도네시아의 의료 문제는 본질적으로 ‘접근성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도시에는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지만, 지방이나 도서 지역에는 병원과 인력이 부족합니다.
Halodoc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기술적으로 보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도시 거주자들은 긴 대기시간을 피하기 위해 Halodoc을 이용하고,
지방 거주자들은 물리적으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 Halodoc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결과적으로 Halodoc은 “의료 접근권을 기술로 재정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요 사용자층은 23~35세의 직장인과 주부이며,
특히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거주자가 많습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의사와 연결되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기존의 ‘병원 중심 진료’에서 ‘앱 중심의 건강관리’로 점차 이동하고 있습니다.


정부와의 협력: BPJS Kesehatan과의 MOU

2019년 10월, Halodoc은 인도네시아 국민건강보험공단(BPJS Kesehatan)과 MOU를 체결했습니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공공의료 체계 안으로 공식적으로 편입한 첫 사례로 평가됩니다.

BPJS는 2억 명 이상의 국민이 가입한 공공보험으로,
이번 협약을 통해 Halodoc은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의료 인프라 부족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Halodoc 입장에서는 공공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신뢰성과 시장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 구도: Alodokter의 부상

Halodoc은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경쟁사인 Alodokter가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 구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Alodokter는 삼성벤처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병원 예약, 보험 연계, 건강 콘텐츠 제공 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월간 사용자 수가 1,500만~2,000만 명 수준으로 Halodoc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이에 따라 Halodoc은 핵심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사용자 경험을 단순화하며, 보험사 제휴 모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두 기업의 경쟁은 ‘누가 인도네시아 국민의 일상 건강관리 플랫폼이 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배경: 젊은 세대의 디지털 친화성과 정부의 선택

Halodoc의 성장은 단순히 기술 기업의 성과라기보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정부 정책이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의 MZ세대(1981~2012년 출생)는 전체 인구의 약 54%를 차지합니다.
이 세대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고, 불편을 참지 않으며,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세대의 행동 양식을 인식하고, 이들이 사용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도권 안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MZ세대 비중이 약 35%이며, 가장 큰 인구 집단은 50대 이상입니다.
이로 인해 의료 정책의 초점은 ‘편의성’보다는 ‘안정성’과 ‘비용 절감’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차이는 각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수익 구조와 지속 가능성

Halodoc은 월 2,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수익 구조를 완성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현재 매출은 약 4,500만 달러로 추정되며,
누적 투자금은 약 1억 5,800만 달러 수준입니다.
수익 모델은 주로 상담 수수료, 약국 중개 수수료, 보험사 제휴 커미션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Halodoc은 앞으로 보험 결제 시스템 통합,
만성질환 관리형 프로그램(예: 당뇨, 고혈압 등) 확대,
제약사·보험사 대상 B2B 데이터 사업 등으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은 인프라 선점 단계이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며

Halodoc은 인도네시아의 의료 불균형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이자,
국가별 의료 체계 속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어떤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Halodoc의 성장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에서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정부, 보험, 병원, 사용자 세대가 동시에 디지털 전환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로 보입니다.

아직 완성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정부의 개방적 태도와 젊은 인구 구조, 그리고 높은 모바일 보급률이 결합되면서
Halodoc은 인도네시아에서 ‘헬스케어 슈퍼앱’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에의 시사점

Halodoc의 사례는 의료 기술의 성공이 단순히 기술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인구 구조,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이미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처럼 ‘의료 접근성을 해결하는 디지털 헬스케어’보다는
‘의료 효율을 높이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즉, 인도네시아가 “의료 확장형 모델”이라면,
한국은 “의료 효율화형 모델”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국민 구성 비율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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