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는 넘치는데, 왜 브랜드는 쓸 사람이 없다고 할까 - AI, 유통 2부
들어가며
"팔로워 100만짜리 인플루언서한테 광고 맡겼더니 댓글 50개에 판매는 0건이었어요."
이 말을 들으면 보통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하나는 "메가 인플루언서는 원래 그래, 마이크로로 가야지." 다른 하나는 "그 인플루언서가 안 맞았나 보네, 다른 사람 찾아봐야지." 둘 다 맞는 말이지만, 둘 다 진짜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진짜 질문은 이겁니다. 그 100만 팔로워 중, 이 제품을 살 만한 사람. 즉 타겟 오디언스가 모여있었는가? 그리고 몇 명이나 그 콘텐츠를 봤는가.
팔로워 100만 명이라는 숫자는 도달의 기대 수준이지, 도달의 실제 크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이 두 숫자 사이의 간극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이 글은 왜 그런지, 그리고 그 간극 안에서 무슨 사업 기회가 생기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팔로워 수 = 도달"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졌다
💡 핵심: 과거에는 팔로워가 많으면 그만큼 많이 노출된다는 등식이 어느 정도 성립했습니다.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알고리즘이 계정과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와 개별 사용자를 매칭하기 때문에, 같은 팔로워 수를 가진 두 계정이 완전히 다른 크기의 실제 오디언스에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도달(Reach)과 노출(Impression)은 다르다
인스타그램에서 도달은 내 게시물을 실제로 본 고유 계정 수를 뜻합니다. 팔로워 수와는 다른 지표입니다. 팔로워가 10만 명이어도 게시물 하나가 실제로 도달하는 계정은 그보다 훨씬 적을 수도, 훨씬 많을 수도 있습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알고리즘입니다. 2025년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구조를 보면, 피드·릴스·스토리·탐색 탭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노출을 결정합니다. 스토리는 주로 팔로우 관계 기반으로 노출되지만, 릴스는 사용자의 좋아요·저장·검색·상호작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추천이 훨씬 강하게 작동합니다. 실제로 릴스에서는 팔로워 수와 무관하게 콘텐츠 품질과 반응률만으로 노출 범위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마케팅 매체를 통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팔로워가 낮은 초기 계정에서 릴스 조회수가 1만뷰 이상 터져 도파민을 느끼고.. 릴스 4~5편을 더 만들어내는 순환을 만들죠. (결국 다수가 10편 이내에서 멈추지만)
즉 팔로워 10만 명짜리 계정의 릴스가 팔로워 1,000명에게만 도달할 수도 있고, 팔로워 1,000명짜리 계정의 릴스가 팔로워 10만 명 이상에게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팔로워 수는 이제 도달의 신뢰할 만한 예측 변수가 아닙니다.
개인화 알고리즘이 "Mass"라는 개념 자체를 지운다
과거 매스 미디어의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TV 광고를 한 번 내보내면, 그 시간에 TV를 보는 모든 사람이 같은 화면을 봅니다. "도달"은 하나의 숫자였고, 그 숫자 안의 사람들은 (적어도 광고 집행자 입장에서는) 균질한 하나의 덩어리, 즉 대중(Mass)이었습니다.
지금 소셜 미디어는 이 전제를 근본적으로 깨뜨립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의 활동 데이터(좋아요, 댓글, 저장, 공유, DM, 스크롤 패턴 등)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피드를 보여줍니다. 2025년 12월에는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관심 주제를 설정할 수 있는 '내 알고리즘(Your Algorithm)' 기능까지 출시되면서, 개인화의 단위는 더 세분화됐습니다.
결국 팔로워 100만 명이라는 숫자는 더 이상 "100만 명의 동일한 노출"을 뜻하지 않고, 그 100만 명은 각자 다른 알고리즘의 판단을 거쳐, 어떤 사람에게는 노출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노출되지 않는, 사실상 100만 개의 서로 다른 개인화된 확률 게임입니다. "대중"이라는 단일 개념이 100만 개의 파편으로 흩어진 셈입니다.
브랜드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계속 헛발질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팔로워 숫자를 보고 계약했는데, 실제로 그 콘텐츠가 우리 타겟에게 도달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 그래서 진짜 질문은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거기 누가 모여 있는가"
💡 핵심: 알고리즘이 대중을 파편화시켰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파편 하나하나의 밀도가 훨씬 중요해졌다는 뜻입니다. 브랜드에게 필요한 건 넓은 도달이 아니라, 정확한 오디언스가 밀집된 좁고 깊은 채널입니다.
도달의 크기보다 도달의 구성이 중요해졌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오래된 공식이 있습니다. 광고 효과는 도달률과 전환율의 곱입니다. 그런데 지금 도달 자체가 개인화로 파편화되면서, 브랜드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사실상 하나로 좁혀졌습니다. 어떤 오디언스 밀도를 가진 채널에 들어가는가.
넓게 도달하되 아무나 보는 채널과, 좁게 도달하되 딱 맞는 사람만 보는 채널 중, 전환이 나오는 쪽은 후자입니다. 이것이 바로 나노·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메가 인플루언서보다 참여율에서 앞서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그래서 최근 팔로워 1만명 수준의 인플루언서들 또는 초기 릴스 알고리즘 수혜를 받은 사람들에게 무상 씨딩(제품 협찬)과 이 업무를 대행해주는 대행사들이 늘어나고 있구요.
브랜드가 실제로 찾아야 하는 것
이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정말 확인해야 할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이 계정 팔로워가 몇 명인가"가 아니라 "이 계정을 보는 사람 중 우리 제품을 살 만한 사람이 몇 명이고, 그 사람들이 실제로 이 콘텐츠를 보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팔로워 수 DB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콘텐츠별 반응 데이터, 팔로워의 관심사 구성, 과거 캠페인의 실제 전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피처링이 1,800만 개 채널과 4억 건 이상의 콘텐츠를 실시간 분석하는 이유, 레뷰코퍼레이션이 100만 명 이상의 인플루언서 회원을 확보하고도 계속 매칭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숫자를 쌓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숫자 안에서 정확한 오디언스 밀도를 찾아내는 것이 진짜 사업입니다.
새벽네시가 TikCle을 AI 기반으로 만든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노·마이크로 인플루언서에게 대량으로 시딩하는 방식으로는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창업자들이 인터뷰에서 직접 짚었습니다. 대량으로 뿌린다고 해서 정확한 오디언스에게 닿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3) 시장의 빈자리: 오디언스 밀도를 아는 팀이 없다
💡 핵심: 의료, 제약, 헬스케어처럼 규제가 있거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버티컬일수록 "정확한 오디언스가 모인 곳"을 찾는 일이 더 어렵고, 그래서 더 큰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새벽네시가 공략한 것은 글로벌 뷰티 시장이라는, 오디언스 밀도가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쉬운 영역입니다. 뷰티 관심사는 명확하고, 콘텐츠 카테고리도 뚜렷합니다.
하지만 헬스케어·건기식·의료 버티컬은 다릅니다. "혈당 관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채널"이나 "PT를 받는 30대 여성들이 실제로 반응하는 계정"을 찾는 일은, 단순히 팔로워 DB를 뒤지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식약처 광고 규정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어떤 콘텐츠가 어떤 사람들에게 진짜 도달하는지를 아는 팀이 필요한데, 지금 이 교집합을 가진 팀이 국내 시장에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버티컬 영역일수록 인플루언서를 발굴하는 것도, 키우는 것도, 투자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전반의 유통 관점에서 남들이 못하는 영역 → 레드 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넘어오는 개척자들이 있을 것이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와 작은 오디언스 군집을 만들 것이기에,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줄 오디언스를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인플루언서 숫자는 넘치고, DB는 매년 커집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우리 타겟과 겹치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알고리즘이 대중이라는 개념을 개인화된 파편으로 쪼개버린 지금, 브랜드가 이겨야 할 싸움은 "얼마나 넓게 도달하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사람들이 정확히 모여 있는 곳이 어디인가"를 찾는 싸움입니다.
그 자리를 먼저 찾아내는 팀이 시장을 가져간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