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헬스케어 전략에 대한 생각
최근 학회에서 네이버 헬스케어와 카카오 헬스케어 수장님들의 발언과 전략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많이들 물어보셔서 개인적인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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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헬스케어는 데이터 사이언스가 주도하게 될까?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에서는 다양한 도구들로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모니터링하여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임상 프로토콜(CDSS)에 의해 적절한 행동을 가이드 해주거나, 의사가 직접 행동 지침을 내려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계속 얘기가 나오는 4P(예방, 맞춤, 참여, 예측)의료의 실현이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 의학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1)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2) 모니터링
3) 데이터 분석 및 값 도출 (w. CDSS)
4) 행동 지침 안내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의료가 디지털화에 적용되어야 합니다.
개념적으로 이해가 되지만, 상상이 잘 안 가신다면 현재 가장 잘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보면 되는데
이를 가장 잘하고 있는 기업은 바로 애플입니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통해 1) ~ 4)를 모두 실현하고 있습니다. 1가지 예로,
1) 애플워치에서 가속도계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2) 백그라운드에서 실시간 가속도계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3) 1시간 동안 가속도계가 활동한다고 판단할 만큼 움직임이 없는 경우, 앉아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4) 그래서 ‘오래 앉아있으니, 일어나라고’ alert을 주면서 행동 지침을 내려줍니다.
이처럼 애플워치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하여 알고리즘에 의해 행동지침을 내려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상에서의 건강. 즉 웰니스를 목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임상을 통해 의료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 영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벽들이 있습니다.
임상을 통해 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며,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적 기능을 마케팅하기 위해선 의료기기(SaMD 포함)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병원 또는 의사들이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선 보험 등재가 필요하고 어떤 이점이 있는지 설득하기 위한 실험과 페이퍼를 준비해야 합니다.
결국 병원과 의사들이 기술을 채택하는 이유는 환자의 임상적 개선을 통해 병원의 매출이 증가하거나,
기존과 동일한 퍼포먼스를 보이지만 비용이 절감되거나(Work-flow 개선 등) 둘 중 하나를 달성해야 합니다.
위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예로 설명 든 애플워치가 질병과 질환을 확장하며 FDA 허가를 받고 있는데,
실제 임상 환경에 사용하려면 결국 병원이나 의사가 채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분석해서 가이드를 주어도 병원과 의사는 돈이 되지 않으면 채택하지 않습니다.
즉, 데이터와 솔루션은 존재해도 의료 시장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를 통해 환자들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고 임상적 개선을 만드는 알고리즘을 솔루션화 하였다고 해도,
병원 ‘경영’에 도움 되지 않으면 데이터 사이언스가 주도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환자들의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가 개선되어, 데이터 기반 의료 수요가 증가하여 병원들이 채택하거나
데이터 기반 의료에 대한 수가가 책정되어야 주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EMR이 헬스케어 데이터의 핵심인가?
나군호 소장은 "지금까지 헬스케어 산업 하면 제약과 의료기기였지만 이제는 EMR로부터 시작되는 데이터 사이언스가 주류가 될 것"이라며 "네이버 헬스케어 또한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선 EMR이 데이터 사이언스의 주류가 되려면, EMR 데이터를 통해 환자 임상을 개선하고 병원 경영에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EMR은 20년 이상 계속 존재해온 솔루션인데 왜 여태까지 위와 같은 시도들이 실행되지 못했을까요?
저는 이 지점에서도 시장을 통해 환경을 제대로 분석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의료 시장은 아직 역사가 100년도 되지 않습니다.
6.25 전쟁 이후, 어려웠던 나라는 많은 국민들의 노력 끝에 빠르게 성장하였습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보건 정책 또한 고민이 많았는데,
국민들의 보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
1) 의료 보험
2) 의료 서비스
위 2가지가 핵심이었습니다.
의료 보험의 경우 1977년 의료보험법 전면 개정으로 ‘저보험료-저수가-저급여’ 모델을 통해 빠르게 자리 잡아,
현재는 전 국민이 가입되어 있고 국민 입장에서는 실제 의료비 부담이 적어 불만도 없습니다. (의료계는 당시 불만과 반발이 심했지만, 지금 시점에는 개선될 것이라고 공수표를 날렸죠. 그래서 정부가 계속 의사 눈치를 보는..이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뤄보겠습니다.)
의료 서비스의 경우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가 필요하고,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의대가 필요했습니다.
전쟁 직후, 당연히 의사수는 적고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선 의대가 필요하여 의대 증설부터 시작했습니다.
박정희 정권(63년 ~ 79년)과 전두환 정권(80년 ~ 88년) 때 22개의 의대를 증설하면서 의사수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 배출된 의사들은 1세대 의사(*현재 은퇴 대상자)로 상급 병원과 지역별 종합 병원에서 주로 국가 보건을 위한 의료를 행하고,
전두환 정권 때 배출된 의사들(2세대 의사)부터 지역 의료에 기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의대 입학 후 의사가 되려면 10년이 소요되는데
전두환 정권 때 의사는 90년 ~ 98년에 의사가 되어 의료 공급자가 된 것입니다.
이때 90년대 초중반에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고, 의료 보험도 자리 잡아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에도 병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역 의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이에 개원하는 병원들이 많아졌습니다.
즉, 이때 개원 의료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겁니다.
마침 또란, IT 서비스 즉 벤처 붐이 일어나면서 개원 병원들을 대상으로 한 행정 프로그램인 ‘EMR 개발 회사’가 많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2,30여 개의 EMR 회사들이 있는데 설립연도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EMR 프로그램의 목적은 환자 의료보험을 확인하고, 수가를 계산하고, 보험금을 제외한 본인 부담금을 받기 위해 도움을 받는 행정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계속 개선되면서 처방 발행과 환자 기록 등 부가적인 기능들이 추가되었지만, 지금도 핵심은 행정 목적이 가장 큽니다.
전국에 지역 의료라고 할 수 있는 의원급이 6만 7천여 개가 있는데(치과, 한의원 포함), 이들이 사용하는 EMR 프로그램은 위와 같이 시장과 외부 환경에 맞춰서 도입되었습니다.
환자를 위한 의료 제품이라기보다, 시장과 외부 환경에 의해 기능들이 추가된 행정 제품인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20년 동안 자리 잡고 있고, 신도시가 아닌 이상 대부분 병원들은 양도양수를 통해 개원을 하고 있습니다.
EMR 프로그램은 병원 운영을 위한 행정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고, 내가 익숙한 것 또는 선배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20년 전 만들어진 EMR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EMR이 헬스케어 데이터의 핵심이 되기 위한 시도로 시장에 있는 EMR 데이터 규격을 통합하고 기능을 개선해야 하는데 의원급(primary care) EMR은 정말 행정 도구에 불과하고 이를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개선하거나 고도화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서야 환자 중심 EMR, 클라우드 EMR 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왜 확장이 되지 않는가?를 보면 1번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환자 중심 제품이 병원 경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어 EMR 서비스를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급 병원의 경우 EMR을 통합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료 정책과 미래 의료에서는 상급 병원 중심이 아닌, 지역 의료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에 힘이 쏠려있기에 primary care를 위한 EMR 통합이나 개선이 이루어져야 EMR 데이터가 유의미하게 도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의사가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라고 시작하는 말을 ‘허리가 3년 동안 아프셔서 수술을 받으셨는데 차도가 없으시군요’라고 시작된다고 해서 환자의 임상 개선이 이뤄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의 수술 이력은 당연히 알게 되는 것이고, 검사 또한 다시 받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왜 차도가 없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러한 데이터는 EMR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듣고 기록은 할 수 있어도)
그렇기 때문에 EMR 또한 헬스케어 데이터의 핵심이 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3. 그렇다면 무엇이 미래 헬스케어 시장에 핵심이 될까?
저는 중요한 2가지 요소를 만족시키는 ‘제품’이 미래 헬스케어 시장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 임상 개선
2) 병원 경영
임상 개선의 경우 환자의 질병뿐만이 아니라 TIR(Time in Range) 좋은 건강 상태를 확신하는 시간을 오래 유지시켜주는 것. 즉 QOL(quality of life)를 높여주는 제품과
이를 높여줌으로써 병원 경영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군은 아직 꽃 피지 못하고 있는 B2C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들 영역에서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좋은 건강 상태를 확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면, 바로 의사의 진단이 필요합니다.
내 컨디션과 기분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지만,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판단은 해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대한 신뢰가 의사한테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 상태에 의심이 들 때,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에게 진찰과 검사를 받아보고 돌아오는 피드백이 결국 내 건강 상태를 확인받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건강 상태에 대한 확신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에게 자주 피드백을 받는 방법이 가장 유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고 싶은 핵심은 단순하게 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 아닌, 의료를 메디컬 영역에서 라이프 스타일 영역으로 낮춰서 커뮤니케이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향하는 Hyper local 서비스 즉 지역 의료에서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면 의료에 대한 신뢰와 임상 개선이 같이 이뤄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병원 입장에서는 1번과 2번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병원 경영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요, 흔히 우리가 사업체에서 돈을 벌기 위해 4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1) 신규 회원을 유치하거나
2) 기존 회원을 다시 오게 하거나
3) 객단가를 높이거나
4) 내부 비용 통제를 하거나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병원이라고 하는 작은 단위에서는 3), 4)를 실현하는 것보다 1), 2)를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고 즉각적이며 특히 2)를 높이는 게 비용 효율적입니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이 리텐션과 단골 장사이듯이 신규를 획득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보다는 기존 회원 리텐션을 높이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요소인 것이죠. 병원 입장에서는 결국 구환(재진율) 빈도를 높이는 게 병원 경영을 위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임상 개선'을 하기 위해 의료 커뮤니케이션 빈도를 높이는 것, 신뢰를 높이는 것과 정렬되어 있습니다.
제품을 통해 환자 커뮤니케이션 빈도를 늘리고, 선제적으로 의료 행위(백신 예약, 건강 상담 등)에 대한 넛지와 메세지를 전달하였을때 여기에 반응하는 환자 전환율을 개선해나가는 것은 기존 EME업체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EMR 제품이 아닌, B2C 영역에서 '임상 개선'과 '병원 경영'을 도와주는 제품(플랫폼)이 결국 환자와 병원 중간의 hub로 자리매김할 것이고, 여기에 쌓이는 데이터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이 가능한지 자세한 그림은.. 글이 길어져 따로 문의해주세요)
그리고 6만 7천 개 병원 중 00% 확보, 1일 외래 건수의 00%의 데이터를 점유하고, 만들어내는 기업이 시장을 재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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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네이버 헬스케어와 카카오 헬스케어의 경우 당연히 더욱 큰 비전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은 헬스케어 시장에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가는 길은 다를지라도 목적지는 동일하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시장이 발전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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